"갑자기 누드 공연이 늘기라도 했어요?"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최근 언론이 잇따라 보도하고 있는 이른바 '누드 공연 열풍' 식의 기사에 의문을 표했다. 외국단체 내한공연 중 6명의 남녀가 상반신을 드러낸 오페라 '리골레토', 알몸 무용 공연 '애프터 에로스', 10분간 전라의 장면이 등장하는 발레 '봄의 제전'도 있다. 국내 배우들이 하는 뮤지컬 '풀 몬티'에서는 남자의 스트립쇼가 펼쳐진다.
이것들만 보면 "마치 연예계의 누드 바람이 공연계로 옮겨 온 듯 하다"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 그 수위도 이전보다 과감해졌다"며 이를 열풍이라고 단정하는 데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국내 최초의 전라 공연이라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봄의 제전'에 앞서 지난해 10월 내한한 NDT의 '쉬―붐'도 전라의 장면이 있었고, 기자가 본 올해 공연 중에서도 남자들이 벗고 나온 안은미 안무의 '춘향', 바로 1m 앞에서 남자의 성기를 봤던 러시아 극단 데레보의 '신곡', 전라에 성행위 장면까지 노골적으로 표현한 빔 반데키부스 안무의 '블러쉬' 등 예술을 위해 더 강력한 노출을 사용한 공연은 많았다. 못 본 공연은 더 많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늘 차분했다. '신곡'이 끝난 후 안무가와의 대화에서 "왜 벗었나"를 물어보는 관객은 없었다. '벗기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열풍이 되려면 95∼96년에 대학로에서 벌어졌던 '벗는 연극' 신드롬처럼 각각의 공연이 서로 영향을 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1년도 더 전에 준비에 들어갔던 작품들이 공연 자체가 많은 가을에 우연히 조금 더 몰렸을 뿐이다.
" '풀 몬티'는 벗는 뮤지컬 아닙니다. 지금 문제 되고 있는 장면도 벗을지 말지 아직 결정도 안했어요." 기자와 절친한 한 뮤지컬 관계자의 말이다. 기획자와 관객은 모두 작품에 더 관심이 있는데, 언론이 오히려 '벗기기'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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