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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불황… 책에서 위안을 얻다

입력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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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이 많이 팔리나. 교보문고가 자료를 내놨다.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1997년과,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올해의 베스트셀러 경향을 분석했더니 비슷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과 그에 따른 감원 열풍, 실업, 소모적인 정쟁으로 인한 정치 혐오, 팍팍한 사회 분위기 등에서 두 시기가 서로 닮은 꼴인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결론은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이야기와 실용적인 경제서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1997년의 베스트셀러 중 법정 스님의 '무소유', 잭 캔필드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등은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책들이다. 그해 불황에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은 '돈 버는 데 장사가 최고다' '경제기사는 돈이다' 같은 책의 판매고를 올렸다.

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올해의 출판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 등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야기가 많이 눈에 띈다. 틱낫한 스님의 '화' '힘'과 더불어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여전히 강세인 것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는 소시민의 심리를 보여준다. '못살겠다, 차라리 떠나겠다'며 이민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마당에 그래도 책에서 위안을 구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올해의 경제서 베스트셀러는 1997년에 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것들이다. 한동안 리더십과 조직관리 등에 쏠렸던 관심이 개인의 자기계발로 옮겨간 것도 특징이다. 직장도 사회도 결국 믿을 게 못되고, 결국 기댈 것은 나 자신이며 내가 변해야 산다는 생각의 반영일까.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에서 절망의 냄새를 맡는 건 지나친 감상일까. 한편 덕담인지 주문인지 헷갈리는 '부자 되세요' 라는 유행어는 여전히 살아있다. 아니, 전 연령층에 확산됐다. 아이들은 '열 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고, 어른들은 '한국의 부자들'을 읽는다. 그런 책들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모두 부자가 될 리 없으련만. 이래저래 고달픈 시절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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