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라페 지음·허남혁 옮김 창비 발행·1만2,000원
지난 16일 제23회 세계 식량의 날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세계 기근자 숫자는 8억 명. 아프리카 전역,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들과 북한이 주요 기근 지역에 포함됐다. 녹색혁명에 유전공학이 급진보한 21세기에도 기근은 왜 해결되지 않는가? 긴급한 구호 문제에 부닥친 WFP는 자금 문제를 기근 해결의 최우선으로 꼽고 있지만, 과연 원조 자금만 풍부하다면 세계의 모든 배고픔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푸드 퍼스트'(Food First)'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미국의 '식량과 발전 정책 연구소'의 피터 로셋 소장 등이 펴낸 이 책은 식량 원조는 기근 해결을 위한 대증요법이지 근본 처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농사 짓는 사람이 일한 만큼 보상 받고, 식량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민주적인 사회 구조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원조도 결코 기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사회 체제로 바뀐다면 지금이라도 전세계 대부분의 식량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을 펴기 위해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기아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이라고 믿는 12가지 상식을 제시한다. 그리고 '식량 자체가 충분치 않다' '자연 재해가 기아의 원인이다' '인구가 너무 많다' '녹색혁명으로 기아를 해결할 수 있다' '자유시장 정책으로 굶주림을 끝낼 수 있다'는 상식을 허구적인 신화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굶주림이 생기는 진짜 이유는 농민 스스로 식량의 생산과 소유에 관한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없고, 소수 거대 자본이 식량을 통제하며 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해답은 토지에 대한 거대 자본의 집중 구조를 해체하고, 농민의 토지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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