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상상력 가득한 얘기 얘들아, 만들어 보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상상력 가득한 얘기 얘들아, 만들어 보자

입력
2003.10.18 00:00
0 0

● 두루미 아내야가와 수미코 글,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비룡소.

● 종이학

몰리 뱅 글·그림, 미래 M& B

옛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전형적인 형식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도와준다. 그 동물은 보답을 하는데 이 때 금기사항이 따른다. 그런데 유혹을 못 이긴 주인공은 그만 금기를 깨트리고 그가 얻은 행복은 허사가 돼버린다. 일본의 전래동화 '두루미 아내'가 그런 이야기다.

두메산골의 가난한 청년이 화살을 맞은 두루미를 정성껏 간호해준다. 그의 따뜻한 마음에 반한 두루미는 자기를 아내로 맞아달라고 한다. 둘은 행복하게 살지만 일거리도 없는 겨울에 양식마저 떨어지자 아내는 베를 짠다. 남편은 베를 짜는 동안 절대로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한 필, 두 필, 베를 짤 때마다 아내는 점점 수척해지고 베는 한결 은은하고 보드라워진다. 이제 형편이 넉넉하지만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은 남편은 더 이상은 베를 짤 수 없다는 아내가 마지막 베를 짤 때 그만 가리개에 손을 대고 만다. 결말은 슬프다.

이 이야기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오고 해피 엔딩으로 바꾼다면 '종이학' 이 될 것 같다. 시골의 도로변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 근처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그 식당에는 손님이 끊긴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깨끗이 청소하고 식탁에 꽃도 꽂아둔다. 어느 날 한 초라한 노인이 나타나 음식값 대신 접어준 종이학은 손뼉만 치면 살아나 춤을 춘다. 노인은 학이 그들 곁에 머물 동안 즐겁게 지내란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제 손님들은 신기한 학의 춤을 보러 오고 식당 주인은 다시 행복해진다. 여러 달이 지난 후 노인이 나타나 학을 도로 데려가지만 사람들은 그 식당을 계속 찾는다. 훌륭한 음식과 전설 같은 학 이야기가 있는 그 곳은 기쁨을 주는 식당이기 때문에.

안분지족(安分知足),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사람이 분수를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인간의 허약한 의지를 시험하는 금기를 만들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강한 교훈을 주기보다 '종이학' 에서처럼 누군가가 그 어떤 행운도 시효가 있다는 걸 넌지시 알려준다면 삶의 불확실성은 줄어들고 매 순간 더 성실한 태도로 살 텐데 말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교훈은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서서히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옛 이야기에서 재미를 얻고 상상력을 키워주자. 옛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모두 이루어지는 환상의 세계다. '종이학'과 같은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만들기를 시켜보자.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어려움과 그들이 생각해내는 선물, 그리고 나중에 선물의 주인이 어떤 방법으로 되가져가게 하는지 그들의 상상이 궁금하지 않은가.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