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엊그제 부패 정치인의 축재를 질타하면서 "정밀 조사를 해보면 수사팀도 분개할 때가 많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를 접한 일반 시민들도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돈에 얽힌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자금 운운하며 돈이 많이 드는 정치현실과 관행을 앞세워 빠져나가려 하기 일쑤였다.이제 그런 변명을 곧이 들을 국민도 많지 않겠지만 안 중수부장의 말은 훨씬 충격적이다. 그는 "선거 때 한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도 사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그러는데 이건 축재가 아니냐"고 개탄했다. 유력 정치인은 선거 때 오히려 한 밑천 잡는다는 소문이 있어 왔는데 검찰의 사정 사령탑이 사실상 이를 확인해 준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의 공보특보를 지낸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노 후보의) PK 및 386측근들은 대선 이후 밀려온 권력의 파도와 돈벼락에 정신을 잃었었다"고 폭로한 내용도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온 것을 계기로 정치개혁을 고리 삼아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각 정파들도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외치는 한 편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정치권 부패의 실상에 국민은 참담할 뿐이다.
안 중수부장은 "정치자금 내역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먹은 돈은 토해 내야 용서 받든 말든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당연한 얘기이다. 불법·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에 사용하는 것도 위법이지만, 그 돈을 이용한 축재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정치인의 부정 축재에 대해서는 더 엄중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확대되고 있는 SK 비자금 수수 정치인 수사에서부터 이런 의지와 원칙이 적용돼 수사 결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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