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부정축재 행위를 질타한 안대희(48) 대검 중수부장은 원칙론자다. '단서가 있으면 수사하고, 죄가 드러나면 처벌한다'는 말은 항상 그의 입에 붙어 있다. 지난 3월 안 부장이 비리 수사의 사령탑에 앉았을 때 정국의 격랑은 예고된 셈이다.검사를 공안, 기획, 특수로 분류할 때 안 부장은 특수 쪽이다. 요직인 중수부 1,3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3,2,1부장을 두루 거쳤다. 그래서 기획통인 송광수 검찰총장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도 한다.
안 부장은 뇌물액수가 푼돈이라도 봐주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원칙대로 수사하는 강골 검사라는 평과 통제가 안 되는 검사란 것이다. 때문인지 사시 17회 가운데 선두를 달리던 안 부장은 검사장 승진에는 3수를 했다. 그가 연거푸 승진에서 탈락하자 국민의 정부 초기 실세들의 스폰서를 잡아들여 미운 털이 박혔다는 말이 돌았다. 겨우 검사장이 됐을 때의 심정을 그는 "앞으로의 내 자리는 덤"이란 말로 표현했다. 안 부장은 "나에게는 권력이 아니라 의무만 남아 있다"고 했지만 '중수부장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안 부장은 정치인 비리를 사회악의 근원이라고 본다. 중수과장 시절 주세법 개정로비 의혹수사가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부장은 특히 이탈리아 마피아와 정치인의 유착관계를 한 검사가 파헤치는 TV프로 '옥토퍼시'를 비디오로 구해보면서, 스스로 정치인의 부패 척결을 검사의 사명감처럼 생각해왔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한다. 나라종금, 현대비자금, SK비자금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원칙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엿보인다.
그가 16일 정치권을 질타하자 인터넷 등에는 '진짜 국민검사다' '한국의 피에트로 검사' '이런 중수부장이 있었나' 는 등 네티즌들의 지지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혈질적이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사실이 약점처럼 거론되기도 한다.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안 부장에 대한 공통된 시각 중 하나는 도덕성에 흠집이 없다는 점이다. 검찰 간부 중 몇 안되는 '강북시민'인 안 부장은 서울 홍은동의 중형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 안 부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몇 년 전부터 아파트를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 지금은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안 부장은 부인하지만, 그 아파트 가격으론 강남의 10평대 전세 아파트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사시 동기지만 경남(함안) 출신인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인연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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