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론 타령을 하느라 세월만 보내고 있다."얼마 전 국정감사장에서 한 국회의원이 표류하는 생명보험사 상장문제를 비꼬며 한 말이다. 17일 금융감독위원회가 정부안 발표를 포기해 참여정부의 생보사 상장논의는 의원의 질책처럼'허송세월'만 한 꼴이 됐다. 정부가 생보사 상장원칙을 정한 것이 1980년대 말이니, 군사정부부터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무려 15년간이나 유사한 논의과정을 되풀이 해 온 셈이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이 올해 초 취임 일성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의욕을 보일 때만 해도 결자해지의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재벌 경영의 투명성과 경제개혁을 강조한 참여정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이해당사자간 의견절충'을 제1원칙으로 내세워 생보업계와 시민단체의 해묵은 논쟁에 끼어 들면서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논의과정에서 "계약자 몫은 인정되지만 생보사가 상법상 주식회사라 지분배분을 강제할 수 없다"는 어정쩡한 논리로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당사자간 입장차이만 재확인한 채 죽도 밥도 아닌 정부안 발표 포기라는 최악의 사태를 빚게 된 것이다.
생보사 상장문제는 '정책적 결단'이 없인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토론과 협의가 부족해 15년을 표류해온 것이 아니다. 이번에 결론을 또 다시 유보함으로써 정부는 의지박약과 무소신만 드러낸 셈이 됐다. 이전과 다른 점은 민간기구(상장자문위원회)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일 뿐이라는 비판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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