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에 살면서 피부에 와 닿는 어려운 점이라면 역시 일본인과의 인간간계, 구체적으로 의사 소통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리적으로는 이렇게 가까운데 어떻게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먼저 일본인들은 좋고 싫음을 확실하게 얘기하는 것을 피하고 간접적이면서 둥글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때는 애매하게 "음…그러네요"하며 머리를 몇 번이고 끄덕이지만 얘기를 다 하고 보면 내 생각과 사뭇 다를 때가 많다. 대부분 "…라고 생각합니다"로 말을 끝낼 뿐 자신의 의견은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 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해 할 때가 많지만 나도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어버릴 정도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이든 부정적인 표현방식을 취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다. 오죽하면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본인'이란 말이 유명해졌겠는가.
세 번째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니면 자신의 얘기를 쉽게 터놓지 않는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나이나 결혼 여부, 사는 곳, 자녀 수, 애인의 유무와 같은 사적인 질문 받는 것 자체를 무척 꺼린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친구 간에도 서로의 프라이버시에 깊게 관여하지도 않고 관여 받는 것도 싫어하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 중 특히 여성들은 타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한국에 비해 일본이 살기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자신에 관해 공개하길 꺼리는 분위기에서는 친한 친구가 되는 데도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일본 유학생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유학생, 특히 그 중 대부분인 중국과 한국 유학생들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인 친구의 수는 1인당 평균 0.9명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말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사적영역 침입에 민감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의사소통의 주된 미디어는 휴대폰 메일이다.
내가 속한 연구그룹에서 실시한 한일 비교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본은 한국에 비해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휴대폰 통화보다는 휴대폰 메일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상대방이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아야 하는 대신 시간이 있을 때 펼쳐 보고 답신도 편한 시간에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휴대폰의 차가운 기계감촉처럼 스산하게만 느껴지는 '도쿄사막'. 시원한 오아시스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김 상 미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 '한국N세대백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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