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학원 스포츠, 이대론 안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학원 스포츠,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03.10.17 00:00
0 0

무리하게 체중감량 훈련을 하다 숨진 고교 레슬링선수 김종두(17·전북체육고 2년)군의 유족들이 공개한 목격자들의 증언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동영상으로 공개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군은 쓰러질 당시 선배가 탄 자전거에 연결된 밧줄에 허리와 팔이 묶인 채 트랙을 달리는 훈련을 받았으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다 쓰러진 뒤 50여m 떨어진 숙소까지 땅바닥을 기어갔다고 한다.선수들이 체력 및 정신력 강화를 위해 극기훈련을 하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고난도 훈련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김군의 경우는 훈련수준을 넘었다. 특히 김군이 강압적인 훈련에 견디지 못해 훈련장을 이탈했다가 몽둥이로 구타 당하기까지 했다니 이것은 훈련이 아니라 범죄와 다름 없는 학대행위가 아닐 수 없다.

김군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또한 개탄스럽다. 김군이 사경을 헤매는 순간 현장에 있었던 코치는 전혀 손을 쓰지 않았고 감독은 "훈련은 코치가 시켜서 잘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대한레슬링협회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누가 김군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말인가. 이런 강압훈련이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번 비극은 공부를 못해도 전국대회 4강에 들면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내야 예산보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에서 비롯됐다. 이 제도가 남아있는 한 같은 비극이 언제 어디서나 재발할 수 있다. 국가가 운동선수를 발굴·육성하던 엘리트스포츠시대는 지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라면 후진국에서나 취할 스포츠육성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경찰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함께 차제에 교육·체육당국도 새로운 학교체육 육성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