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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칼럼/잃고 나서야 깨닫는 작은 행복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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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칼럼/잃고 나서야 깨닫는 작은 행복의 소중함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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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한 사람으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었다. 철창 밖으로 가을비가 내리는 걸 보면 교도소 담장 밑이라도 걷고 싶은데, 눈앞에 보이는 땅도 걷지 못하고 그 바닥에 난 먼지 낀 잡초조차 만져볼 수 없는 게 감옥생활이라는 것이었다.인간은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서야 비로소 그 행복을 깨닫는다. 고위직에 있다 구속된 사람이 있었다. 호송버스를 타고 법원에 가다 바삐 출근하는 소시민들을 보고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더라고 고백했다. 며칠 전 징역생활을 하는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당혹해 하는 광경도 목격했다. 그가 신청한 몇 만원짜리 약을 가져온 교도관이 영치금이 8,000원만 남은 걸 알고 값이 모자란다며 약을 도로 가져갔다. 그는 사정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그곳에선 외상이 통하지 않는다. "돈이 많아도 영치금 몇 만원 이상 쓸 수 없는 게 감옥"이라고 부자 죄수는 한탄했다. 삼십년 째 징역을 살던 죄수가 있었다. 철저히 잊혀지고 소외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에게 손해를 입힌 사기꾼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찬란한 빛을 본 듯 황홀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누군가 따뜻한 인간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이었다.

마음만 열면 주변의 작은 행복을 넘치게 볼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사는데 필요한 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기적 욕심 때문에 감옥에 가는 사람이 많다. 몇 푼의 유흥비를 위해 남을 해치고, 권력을 배경으로 정치자금을 얻는 것도 사실 변형된 욕심이다. 죽어 가는 사람을 돕는 호스피스를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변호사인 나는 사회적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이 모인 교도소를 찾아가 절실한 사연을 들어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제자리에 서는 일이다. 인생의 전반은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 집 장만, 아이들 교육에 바빴다. 어느새 나이 오십이 됐다. 성공하고 싶은 1막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인생의 2막이 펼쳐지고 있다. 진짜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서 남에게 얼마나 마음을, 사랑을,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누느냐가 아닐까.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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