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요리 중 하나인 중국 음식의 카테고리는 크게 4가지.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쓰촨(四川) 상하이(上海) 요리로 나뉜다.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27년간 일해 온 후덕죽 상무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 익숙한 중국 음식은 굳이 따지자면 광둥식”이라고 말한다. 국내 중식 트렌드를 선도해 온 팔선을 비롯, 대부분의 호텔 중식당의 음식들도 광둥식에 가깝다.
그렇다고 중국 음식점들이 저마다 광둥이든 베이징이든 특정 패턴만을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집에서도 어떤 요리는 쓰촨식일 수 있고 다른 요리는 상하이식인 경우가 많다.
광둥 요리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는 광둥 요리는 기름기가 많지 않고 찐 음식이 많다. 향료를 많이 넣지 않아 원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특색.
서울 방배동과 논현동에 있는 팔선생은 네티즌들이 맛있다고 뽑은 대표적인 광둥식 중식당. 주인 유충겸씨는 중국음식을 공부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2년간 공부하고 돌아와 팔선생을 오픈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조리사들도 모두 중국인.
'검은 콩 맛조개 볶음' '브로콜리 칠리소스 소라' '굴소스 게볶음 꽃빵' '매콤한 게볶음' 등 생소한 음식들이 인기 메뉴. 전체 메뉴도 88가지나 된다. 본토 맛을 살리기 위해 유씨는 수시로 중국에 가 식재료들을 직접 구입해 온다.
식사 메뉴로 잘 나가는 해물탕면은 국물이 멀개 보이는데도 제법 맵고 짬뽕과 달리 기름기가 없다. 해물과 청경채가 듬뿍 들어가 담백하면서도 칼칼하다.
중국에서 가져온 테이블과 의자 등 실내가 고급스런 중국풍인데도 가격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중국 요리집은 '방이 있고 비싸다'는 이미지가 싫어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 재계 총수들이 많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상하이 요리 (02)546-2140
“국내에도 상하이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조리사가 있나요?” 서울 강남구 논현역 인근에서 와이탄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이런 질문이 적지않았다.
일찍이 서양에 개방된 상하이 지역의 요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재료로 바다생선보다 민물생선을 주로 사용하고 수프와 냉채 요리가 많다. 단맛과 신맛 등 독특한 양념이 어우러져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와이탄은 상하이에서 중국인 조리사 11명을 모셔왔다. 상하이 요리로는 인근 양청호에서 나는 참게로 만든 ‘상하이 민물참게찜’, 소홍주에 담가 취하게 만들었다는 닭요리 ‘소홍취계’, 고추볶음게, 참게 두부, 오리턱구이, 고슴도치 오징어, 돈육쪽파쌈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요리들이 많다.
특히 민물참게찜은 옛날 중국 황제에 진상됐던 음식으로 일본 등 전세계의 미식가들이 해마다 10월~2월이면 게맛을 보기 위해 상하이에 몰려들 정도로 인기 높은 메뉴이다. 코스로 1인분 3만원 수준. 식사로는 쌀국수와 딤섬, 해물과 소고기 토마토 마파두부 볶음밥이 맛깔스럽다.
중국 본토 맛을 내세우는 것이 소문이 나면서 특히 한국에 와있는 중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황슈솅 중국동방항공 서울지사장은 “맛은 물론 가격도 만족스러워 최근 단골집을 이 곳으로 바꿨다”고 말한다. 가격은 고급스런 중국식 인테리어 및 외관과 달리 중저가.
베이징 요리
베이징은 중국 황실이 자리한 수도. 이 지역 요리라면 궁중 요리를 의미한다. 남쪽 지방에 비해 날씨도 추운 편이라 고단백에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 많다. 재료를 고열에 빨리 익히는 것은 베이징식이라고 보면 된다.
오리 요리의 경우 베이징 덕은 오리를 빠른 시간에 구워 내지만 상하이에서는 장시간 은은히 굽는 방식을 사용한다.
고단백 보양식의 대명사 ‘불도장’이나 송이 해삼 요리들은 베이징 요리에 속한다. 수도중인 스님이 냄새만 맡고서도 담을 뛰어넘어가 찾았다는 불도장에는 전복 해삼 송이 샥스핀 가위바시 잉어부레 오고례 도가니 등 영양식이란 재료는 모두 다 들어간다. 해삼 또한 고단백 스태미너식인데 거기에 송이까지 섞어 볶아 낸다.
방배동에서 1978년 오픈, 28년째 베이징식 요리를 내놓고 있는 함지박의 중국인 조리장 당가강씨는 “해삼 요리에 말린 해삼을 불려 쓰는 이유는 베이징까지 가져오는데 걸리는 이동 시간과 보관이 고려된 것”이라고 유래를 설명한다. 새우와 송이 해삼이 들어간 ‘삼원탕’ 샥스핀을 찐 ‘동천베츠’ 대마전복 등 이 곳에서 선보이는 베이징 요리중에는 건강 보양식이 많다.
쓰촨 요리
“국내에서 정통 쓰촨 요리 맛볼 곳은 없을 걸요. 진짜 쓰촨 요리를 하면 못먹을 사람도 많아요.” 중국 요리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실제 그렇다. 쓰촨 요리에 쓰이는 원재료들을 구하기가 힘든데다 한국인 입맛에 맞을지도 불분명해서다.
쓰촨 지역은 한국과 비슷하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덥고 습하다. 한국처럼 마늘과 고추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맵고 자극적이다. 우리의 매운 것과는 성격이 달라 어떤 이들은 ‘혀를 마비시킨다’고도 하고 향이 강하고 색다르다고도 한다.
서울 회현동의 금정에서는 고추씨기름으로 볶아 낸 매콤한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에 꼭 고추씨기름을 넣지만 그래도 진짜 쓰촨식처럼 맵고 자극적으로는 못 만든다”고 말한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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