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판매하는 금(金)은 금융실명제 적용대상인가 아닌가.은행 창구에서 금을 사고 파는 '골드뱅킹' 제도 도입(7월) 이후 처음으로 시판되는 금상품이 금융실명제라는 복병에 걸려 산고를 겪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권 중 처음으로 개발한 골드뱅킹 관련 상품에 금융실명제를 적용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 거래 자체가 금융실명제법 적용대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금상품이 실명 확인절차 없이 은행을 통해 거래될 경우 세금 탈루를 위한 음성적 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실명확인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법률검토가 필요해 일단 상품심사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개발한 상품은 '금적립계좌'. 매달 일정금액을 은행에 넣어두면 이 돈으로 은행이 금을 사주고 고객은 만기 때 현금으로 찾거나 금 실물로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고객이 돈을 맡기면 주식이나 채권 대신 금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간접투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적금이나 예금처럼 실명거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 다만 금상품이 법적으로 금융실명제법 적용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상품약관 심사나 창구지도 등을 통해 실명거래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골드뱅킹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무기명 거래 등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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