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하면 흔히 철판이나 솥뚜껑, 혹은 돌판에 구워먹는 것을 생각한다. 삼겹살과 숯불은 상극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삼겹살을 얹으면 기름이 숯불로 흘러 말그대로 난장판이 된다. 기름이 불에 직접 닿으니 불길이 위로 치솟거나 불꽃이 마구 튄다.그런데도 경기 안양의 한성갈비촌에선 돼지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먹는다. 삼겹살 바비큐인 셈이다. 그래도 불꽃이 튀는 일이 없다. 불판을 옆으로 놓은 것도 아니다.
비결은 ‘삼겹살 숯불구이 전용 불판’에 있다. 주인 김인기(52)씨가 개발한 이 불판은 불고기판 처럼 가운데가 볼록 솟아 있는 모양. 방사형으로 길다란 홈이 촘촘히 나 있다. 숯불이 이 홈을 따라 올라와 고기를 구워 준다. 기름이 숯불에 직접 떨어지지 않는 비법은 홈 가장자리를 요철처럼 조금씩 솟아나게 만든 것. 홈의 경계선을 따라 기름이 옆으로 흐르는 원리다.
가스 불이나 철판에 구워 먹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가스불 보다 3배 이상 고온인 숯불에 직접 구워서인지 고소하면서도 속까지 바삭바삭하게 씹힌다.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입맛을 다실만 하다. 고기 살점이 두꺼운데도 잘만 굽힌다.
이 집은 1988년부터 안양에서 내로라하는 숯불돼지갈비 전문점으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그러나 주인 김씨가 3년전 삼겹살용 불판을 개발한 이후 두 메뉴를 찾는 손님이 반반씩 나뉜다.
돼지갈비가 인기있는 데도 이유가 있다. 과일 한약재 등 20여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양념맛은 기본. ‘마구로’라는 등뼈가 발라져 그만큼 고기가 더 많다. 최고급 국산 돼지만 사용한다는데 이는 갈비뼈를 보면 안다. 뼈가 얇은 것이 살이 연한 어린 돼지임을 말해 준다. 뼈 무게 만큼 고기 살점 무게가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메뉴판에도 1인분에 250g이라고 적혀 있다. 양념무게 만큼 고기 50g을 더 얹어 준다는 배려다. 그래서 계산할 때 “싸게 나왔네”라고 한마디씩 하는 손님들이 많다.
식사로 한성국밥과 열무물김치국수가 잘 나간다. 소고기와 콩나물 우거지 등을 넣어 푹 끓인 한성국밥은 국물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다. 해장국으로도 그만. 열무물김치에 말아먹는 국수 또한 청량한 맛이 자랑이다. 새우 당면 꽃게장 브로콜리 파김치 양배추 동치미 등 번갈아 나오는 반찬들도 가정식처럼 정성이 느껴진다.
맛집 정보
메뉴와 가격 삼겹살과 돼지갈비 숯불구이 1인분 7,000원씩. 소갈비 2만~2만2,000원. 식사 메뉴인 한성국밥과 갈비가 듬뿍 들어간 갈비탕은 5,000원. 열무물김치국수 3,000원.
영업시간 및 휴일 24시간 문 열어 밤중에도 손님이 많다. 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500석. 회식용 방 12개, 단체는 봉고차 서비스도 해준다. 옆 빌딩 주차장까지 쓰면 100대까지.
찾아가는 길 호계신사거리와 구사거리 사이, 까르푸 옆. 4호선 금정역에서 차로 5분.
연락처 (031)457_6666, 바로 옆 건물에서 함께 운영하는 고향촌 (031)454-7087
/글·사진=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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