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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 팔만대장경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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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 팔만대장경 만든다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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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가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32호 고려대장경이 1만년을 견딜 수 있는 동판(銅板) 대장경으로 제작된다. 해인사 주지 세민(世敏) 스님은 16일 "현재 장경각에 보관 중인 목판 팔만대장경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보존상의 어려움으로 활용이 거의 제한돼 있다"며 "팔만대장경의 엄밀한 보존과 폭 넓은 활용을 위해 반 영구적 수명의 동판대장경 제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목재의 수명이 대개 1,000년 정도라는 점에서 1251년에 제작된 현재의 목판 대장경은 앞으로 250년 정도면 수명이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해인사는 이미 금속공예 등 각계 전문가들이 내구성, 보존성, 복원성, 인경(印經·경전 찍기) 편의성 등을 지난 3개월 간 검토한 끝에 가장 적합한 동판 대장경 모형을 확정했다.

동판 대장경 모형은 모양은 목판 대장경과 같지만 재질은 1만년 이상 보존할 수 있는 인청동(燐靑銅)으로 동과 주석, 인의 합금이다. 크기는 가로 695㎜, 세로 239.5㎜로 목판과 같다. 두께는 목판(35㎜)보다 얇은 20㎜이나 무게는 4.5㎏으로 목판(3.5㎏)보다 무겁다. 색상은 목판에 가까운 진한 밤색이다. 동판 위에 필름을 붙여 글자 부분을 남기고 나머지를 화학적으로 부식시키는 방식으로 제작, 목판 대장경과 마찬가지로 양각 형태를 띠게 된다. 내구성을 고려해 동판에 일절 땜질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제작될 동판 대장경은 목판 대장경과 글자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목판대장경은 많은 사람들이 글자 하나 하나를 조각했기 때문에 글자체가 판마다 다르지만 동판 대장경은 고려대장경연구소가 표준체로 지정한 글자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가 같은 글자체가 된다. 또 '지장본원경'등 일본 신수대장경이나 중국 대장경에는 있지만 고려 대장경에서 누락된 주요 경전과 원효, 의상 스님 등 역대 조사들의 어록을 추가할 계획이어서 8만1,258장인 목판 대장경보다 분량이 늘어나게 된다.

해인사는 동판 대장경 제작에 150억원, 보관할 법당 신축에 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1,029일 천도제 등을 통해 대규모 불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팔만대장경이 불교 뿐만 아니라 민족의 문화 유산인 만큼 종교를 초월해 타 종교인들과 개인, 가족, 단체, 기업 등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동판대장경에는 불사 참여자의 이름이 각인되며, 가정이나 기업에서 신행(信行)을 위해 보관할 수 있는 보급판도 같은 크기로 제작된다.

해인사는 11월17일께 고불식(告佛式)을 시작으로 동판 대장경 제작에 착수, 2005년 상반기에 완성할 계획이다. 동판 대장경이 완성되면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임시 보관했다가 신축될 '신행문화도량' 법당으로 옮겨져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게 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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