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내수 경기는 거꾸로 가는 걸까? 꽁꽁 얼어붙은 내수 경기에 놀란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연일 내수 소비주를 사들이며 지갑을 열고 있다. 이 덕에 유통주와 음식료 화장품 등 대표적 내수 소비재 주가는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상승하고 있다.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올 5월 이후 증시 상승랠리를 이끈 것은 단연 정보기술(IT)주를 포함한 수출주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요동치고, 세계 경기 회복세가 국내 경기 호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투자자들이 내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IT주만 편식하던 외국인들도 경기 방어형 내수주로 종목을 교체했다. 농심과 빙그레 태평양 등은 연일 52주(1년)신고가를 갈아치우고, 부진을 면치 못했던 현대백화점도 10월 들어 10%가까이 오르며 반등에 시동을 걸고있다. 신세계도 최근 일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달 10일까지만 해도 신고가인 24만원을 돌파했다.
불황 탈출 기대?
물론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내수주들은 대부분 불황 속에서도 탄탄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이다. 외국인들이 KTF 등 통신주와 일부 은행주까지 매집하는 것은 분명 '불황 탈출'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은행주는 카드 부실과 가계 부채·실적악화가, 통신주는 성장성 둔화가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남아있는데도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사는 것이 수출 호전이 내수 경기 회복을 측면 지원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바닥은 언제일까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와 가계 생활 등을 6개월 전과 비교해 산출하는 소비자평가지수는 8월 잠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9월 들어 60을 밑돌며 다시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원은 "9월 소비자심리조사는 태풍 피해를 감안한 것으로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소비지출지수와 저축지수가 상승했다"며 "10월부터 소비자심리지수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내수주 선호가 단순 순환매일뿐 시장의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문제는 회복 속도인데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유가 영향 등으로 주춤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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