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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나라 "外信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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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나라 "外信 호들갑"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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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필요하다." 16일 아침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이 상임운영위에서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14일자 논평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그는 "외국 언론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며 상세히 낭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야 한다면 지금이 그때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노 대통령을 고수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도 없다"(워싱턴 타임스) 등. 그는 또 "외국 언론이 한국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고, 회의가 끝난 뒤 기자실에 보도참고자료까지 돌렸다.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외신의 권위를 빌어 '대통령 불신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재신임으로 흐르는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우리 국민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노 대통령을 불신임하고 한나라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일까.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니 일면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박 대변인이 침소봉대(針小棒大)했다는데 있다. 그가 FT의 논평이라고 밝힌 것은 영국 리즈 대학의 포스트 카터 명예교수가 기고한 글이다. 개인의 주장이 FT의 견해로 둔갑한 것이다.

공당의 대변인은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외국 언론은 우리 국민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런데 책임 있는 정당의 대변인이 책임질 의무가 없는 외신의 주장을 공개된 회의석상에서 전했다. 마치 '선진국 언론의 시각을 무지몽매한 국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식으로. 이렇듯 입맛에 맞다면 사실조차 왜곡하며 외신의 주장을 옮기는 한나라당을 우리 국민은 어떤 눈으로 볼까.

최기수 정치부 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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