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작권 관련 소송들이 등장하면서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에 대한 회의(懷疑)와 함께, 정보통신(IT) 기술과 저작권 사이의 갈등을 푸는 문제가 법률가들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디지털 저작권 소송은 소리바다 벅스 등 IT기술 발달로 인한 기존 저작권의 침해,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의 무단복제·배포 등 정보통신 개발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1심에서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입증이 부족하다"며 공소기각 판결(2001고단8336)을 받은 소리바다 운영자의 형사사건을 제외하면, 법원은 주로 '저작권자'의 편에 서 있었다. 성남지원의 "소리바다 서버 중지는 정당하다"는 가처분 이의 판결(2002카합284), "음악파일을 서버에 저장하는 것도 저작인접권인 복제권을 침해하는 음반복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비스 금지를 결정한 서울지법의 벅스 가처분 결정(2003카합2151),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뮤직비디오를 올려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방조한 만큼 배상 책임이 있다"고 한 서울지법의 인터넷제국 판결(2000가합83171), "이미지 검색 프로그램도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프로그램 개발업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지법의 판결(2003고단4821)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전무한데다 이제 겨우 1심이 끝난 상태여서 판결에 대한 재공격과 대안 찾기가 활발하다. 더욱이 미국의 유사 판결을 예로 들며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 LA연방법원은 소리바다 처럼 사용자들의 IP주소만 연결시켜줘 파일을 검색·교환하게 한 그록스터(Grokster)와 스트림캐스트 네트워크(Streamcast Networks)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원용된 판례는 "제품이 불법적 혹은 합법적인 두 가지 목적으로 다 활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 해도, 제품을 유통시키는 기술 생산자는 보호해야 한다"는 미 연방대법원의 1984년 소니 VCR에 대한 판결이었다. 미 법원은 또 이미지검색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인정했다. 한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검색·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며 아리바소프트(Arriba sof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 법원은 '정당한 사용(fair use)'이라는 개념을 도입, ▲피고가 의도적으로 원고의 사진을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며 ▲원고의 사진들이 인터넷상의 사진 200만장과 함께 검색된 점, 이들은 다른 이미지들과 함께 피고가 인터넷상에서 이미지를 찾는 더 좋은 방법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활용됐다는 점, ▲원고 이미지는 예술 창작품이었으나 피고는 이런 이미지를 색인화(catalog) 하고 접속하는 기술을 보여주려는 기능적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 기준은 서울지법이 벅스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음반을 컴퓨터 압축파일로 변환하는 것은 변환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이뤄지므로 창작성이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기술개발에 가치를 두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국내 이미지검색 프로그램 소송을 맡은 오창훈 변호사는 "미 법원은 기술보호와 발전이라는 국익을 전제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디지털소송에서 앞으로 주목할 점은 형사항소심과 가처분 이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소리바다 사건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다. 개정법은 회원들이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유포하다 적발되더라도 일정한 절차를 이행한 경우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거나 경감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콘텐츠의 무단복제·배포 등과 관련한 디지털 저작권 침해는 지난 해 7월 시행된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법'에 따라 보호 받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기존 소설이나 음반 등을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한 온라인 콘텐츠를 무단 복제·전송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이 저작권법과 동시에 적용될 때는 저작권법을 우선하도록 돼 있어, '디지털'과 '저작권'이 하나가 되기 힘든 '디지털 저작권' 소송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저작권 전문 변호사들은 "저작권 분쟁은 소송 전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법이론은 물론 업계 실무에도 밝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국내 저작물이 영세한 편이어서 소송의 실익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예술 분야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저작권 소송은 법무법인 하나의 홍승기 변호사,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연극협회 고문변호사인 홍 변호사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저작권 분쟁에서 TV 프로덕션사들을 대변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뮤지컬 '캣츠'의 대리인으로 국내 극단에 대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승소로 이끌었다. 법무법인 바른의 오승종 변호사는 주로 서적이나 캐릭터 등에 대한 저작권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디저털 저작 분야에서는 '소리바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원희 변호사, 공대출신으로 특허권과 지적재산권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길상의 오창훈 변호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논쟁이 치열한 벅스 사건은 법무법인 지성의 김지연 변호사 등이 음반 회사측을, 씨에이치엘 최찬욱 변호사가 벅스측 변호를 맡고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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