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영국의 J. M. 샌드위치 백작은 항상 트럼프놀이에 열중하며 식사할 시간이 아까워 육류와 채소류를 빵 사이에 끼운 것을 만들어 놓고 먹었다. 그로부터 이름이 붙은 샌드위치인 만큼 그저 가볍게만 볼 음식이 아니다. 영국의 최고 귀족인 백작이 먹었던 음식이 아니가?샌드위치가 포커나 고스톱 판의 간이음식을 벗어나 생활속으로 깊숙히 들어온 지 오래다.다양한 형태의 샌드위치 가게도 즐비하다. 피크닉의 계절, 샌드위치가 우리 입맛을 유혹한다. 사무실에서 야근중이건, 야외에 소풍을 나가든 간에 샌드위치 한 입 베어 물면 어떨까?
대학교에서 국악을 공부하는 음악도 겸 신참 여행가 이동희(24ㆍ서울대 국악과4)양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도강사는 샌드위치 전문점‘슐라스키델리’이태원점의 매니저 임정희(26)씨.
이 양은 지난해 대학가에 화제를 몰고왔던 ‘워킹 코리아’ 팀의 일원. 워킹코리아는 국악을 공부하는 여대생 3명이 6개월간 동남아와 유럽 22개국을 누비며 현지인들에게 국악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문화 교류도 가진 음악여행 이벤트. 그녀는 그 여행기를 이달 중 출간한다.
자비를 들여 오랜 기간 외국을 떠돈 그녀에게 샌드위치는 남다른 음식이다. 졸업 후 줄곧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임정희 매니저는 샌드위치만 2년째 만들고 있는 전문가.
빵썰기
“어머! 샌드위치 회사에 근무하니 얼마나 좋겠어요! 부러워요.”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를 보는 순간, 그녀는 입맛부터 다신다. “점심 안 먹고 왔는데….”
“ 자, 호밀빵이에요. 왼손엔 빵, 오른손엔 칼 잡으세요.” 매니저 임씨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칼을 빵 옆 면의 가운데에 대고, 왼손으로 빵을 가볍게 눌러 주세요” 그대로 따라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너무 세게 누르면 빵이 눌리잖아요~”라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손 안다치게, 밀었다 댕겼다, 손마디와 손바닥에만 힘을 주고….” 길다란 칼을 조금씩 안쪽으로 밀어 주며 빵을 돌려 주니 부드럽게 두 조각 난다. “다 썰었어요.” “잘한 것 같은데요.” 선생님은 절대 ‘잘했다’고는 얘기 안한다.
토핑
빵을 뒤집으니 안쪽의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위쪽에는 하얀 모자렐라 치즈, 아래쪽 빵에는 노란 체다 치즈를 얹는다. “잘게 썬 치즈가 빵 끝까지 잘 퍼지게 고루 놓으세요.” 임씨가 숙달된 솜씨로 겨자소스를 둥그런 원 모양으로 뿌려주자 이 양도 그대로 따라 한다. “4번 돌려 링을 만들어 주면 돼요.” “딱 4번만 해야 돼요?”
대답 없이 블랙 올리브 조각을 얹는 선생님을 보며 이양은 “블랙 올리브는 처음 봐요”라며 신기해 한다. “원래는 동그랗게 생겼는데 다져서 가늘어요. 참, 샌드위치는 토핑이 매우 중요해요.”
굽기
다음은 오븐에 넣어 2분 가까이 굽는다. 이 때 치즈가 녹고 빵이 굽히면서 맛있는 핫 샌드위치의 기본이 완성된다. 그리고 잘게 썰어 놓은 햄 조각을 골고루 얹기. “어! 양상추를 빼먹었네.” 전문가도 깜빡 하는 경우가 있나 보다. “어쨌든 햄은 한 주먹 쥐어 골고루 돌려가며 얹어요. 동그랗게 만들어 주면 옆으로 안 떨어진답니다.” 토마토와 양파도 빼놓을 수 없다. “자르는 방향을 생각해서 놓으세요.” 무작정 얹어 놓는 게 아닌가 보다. 마지막으로 살라미는 다른 빵 조각위에 얹어 준다.
커팅과 맛보기
“꼭 빌딩 같아요.” 두툼하게 만들어진 완성품을 보곤 이양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자를 때는 칼을 세로로 놓고 살포시 눌러 주세요.” 그대로 따라 하지만 잘 안된다. “아니, 누르지만 말고 밀고 당기고 하세요” “아! 톱처럼요.” “잘했어요. 선수급이에요.” 그리고 박수.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아요”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사진 = 최규성기자
■간식에서 정식으로
샌드위치 하면 흔히 식빵 두 조각을 구운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알고 있다면 촌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가볍게 만 여겨온 샌드위치가 소리소문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샌드위치를 빵 사이에 몇가지 속을 넣어 간단히 만든다는 점에서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 푸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샌드위치는 이미 슬로 푸드 선언을 했다.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을 추구해서다. 특히 다른 패스트푸드와 달리, 원산지와 신선도를 알 수 없는, 갈아서 다진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신선한 햄이나 살라미, 유기농 야채를 많이 사용한다.
샌드위치는 식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내놓는 ‘콜드 샌드위치’가 많았지만 요즘은 핫 샌드위치가 대세다. 주문을 받아 만들기 시작하고 또 오븐에 구워 준다.
빵도 식빵보다 호밀빵이 많이 쓰인다. 귀리나 고산지에서 자라는 ‘와아가’라는 재료도 함께 사용, 섬유질을 강화했다. 바게트 모양에 가까운 길다란 빵을 사용, 꼭 잠수함 같다고 이름붙여진 ‘서브’샌드위치도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
/박원식기자
■맛있는 집
슐라스키델리
(02)545-3606 신촌 이태원 등 전국 18개 매장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40%로 가장 인기 있는 핫샌드위치 전문점. 재료와 조리 등에서 자연 건강식 슬로푸드를 지향하는 샌드위치를 선보인다. 흰 밀가루 대신 호밀이 재료인 ‘번 브레드’를 쓴다. 야채 햄 살라미 등이 들어간 오리지날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 호밀 껍데기를 갈아 초콜릿 색깔을 띤 ‘다크 라인 브레드’가 별미다.
탄탈루스
(02)3453-5651 종로 등 전국 45개 매장
미국 서부에서 유행하는 샌드위치 빵은 ‘서브’, 동부에서는 ‘호기’가 주류다. 둥그렇고 부드러운 빵 종류인 호기에 다양한 소시지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 맛을 볼 수 있다. 핫도그 파스타 스파게티 등 메뉴가 다양하다. 테이크 아웃 손님도 많다.
서브웨이
(02)400-9166 뱅뱅4거리 등 전국 50여개 매장
굽거나 튀기지 않은 담백한 콜드 샌드위치 맛이 자랑. 건강을 생각, 홈메이드 개념의 즉석 샌드위치를 고집하며 빵이나 쿠키를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 다이어트를 위해 야채 비중이 높고 주문 즉시 만들어 주는 오더 메이드(Order Made) 서빙 체제를 갖추고 있다. 모듬 샌드위치라 할 수 있는 B.M.T샌드위치와 터키 브레스트,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샌드위치 등이 인기.
퀴즈노스
(02)539-8410 역삼동
바게트 모양의 서브샌드위치를 내놓는데 이탈리아식으로 빵이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치킨 스테이크 터키 햄 샌드위치 등 18가지 메뉴를 주문후 바로 만들어 준다. 고기를 슬라이스해 넣어 주는 블랙앵거스 스테이크가 대표메뉴. 미 동부에서 인기높은 드레싱을 사용한다.
리나스
(02)542-4822 압구정동
프랑스식 샌드위치. 유기농 호밀빵을 사용, 고객이 보는데서 바로 만들어 서빙한다. 소스 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 저칼로리 저당분의 자연주의 샌드위치를 추구한다. 취향에 따라 빵을 선택할 수 있다.
비츠
(02)2112-2919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지하1층
아직 국내에는 일천한 음식인 랩샌드위치를 대표 메뉴로 내세운다. ‘싼다’는 의미의 랩샌드위치는 얇은 밀가루 전병인 또띨라에 속을 넣어 쌓은 형태. 미국 맨하탄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조리장이 외국 손님이나 교포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제공한다.
르뺑
(02)549-4717 청담동
카페형 베이커리. 1층은 콜드 샌드위치, 2층에서는 핫 샌드위치를 판다. 알래스카산 게살샌드위치, 와플샌드위치, 스위스 치즈가 녹아 있는 ‘파니니’ 등 10여가지 샌드위치 메뉴. 지하 2층에 있는 빵 공장에서 직접 빵을 만들고 고급재료만 사용한다.
패리쉬
(02)3444-0250 청담동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샌드위치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루콜라나 스위스 치즈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료들을 많이 쓴다. 메뉴는 30여가지. 빵 위에 속재료를 넣고 다시 빵으로 덮지 않은 오픈형 샌드위치가 특색. ‘이게 샌드위치야’란 말이 절로 나온다.
시안익스프레스
(02)736-7367 광화문
국내 퓨전레스토랑의 원조격인 시안에서 운영한다.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 미국, 아시아적인 특성을 적절히 혼합한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샌드위치 맛을 볼 수 있다. 마늘치킨 샌드위치, 터키클럽 샌드위치 등이 대표. 샐러드 누들 파스타 볶음밥 등 테이크아웃 메뉴도 있다.
더바
(02)583-5831 서초동
유럽식 샌드위치를 표방한다. 양상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색. 수분이 많아 빵을 축축하게 하고 맛을 떨어뜨린다고. 대신 물기를 뺀 상추와 시금치를 쓴다. 속재료도 마요네즈와 섞지 않고 다른 소스와 혼합해 사용한다. 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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