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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 여유있는 오후-녹차·홍차를 위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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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 여유있는 오후-녹차·홍차를 위한 테이블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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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즐기는 백성은 망하고, 차를 즐기는 백성은 흥한다."다산(茶山) 정약용의 말이다. 차는 정신을 맑게, 몸을 깨끗하게 하면서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다정한 사람과 마주앉아 마시는 한잔의 차는 바쁜 일상에 한숨을 돌리게 해주는 작은 쉼표다. 향기로운 차가 준비됐다면 각종 다기와 소품으로 오후의 티타임을 더욱 풍성하게 즐겨보자. 다기를 전문적으로 준비하려면 끝도 한도 없으나 도(道)가 아닌 생활로서의 차를 즐기기엔 보기 좋고 쓰기 편한 것이면 충분하다.

생활 속 작은 향기, 녹차

우리 땅에서 나서 우리나라 사람의 몸에 가장 잘 맞는다는 녹차. 향과 맛은 물론 물 끓는 소리와 빛깔, 그리고 찻잔의 감촉까지 즐기는 '오관(五官)의 차'로 일컬어진다. 간단한 티백이라면 머그컵 하나로도 충분하겠지만 손님과 마주앉아 느릿느릿 차를 우려 먹기 위해서는 간단하나마 다기를 갖추는 것이 좋다.

기본 다기는 찻주전자, 물식힘사발과 차를 뜨는 차칙 등. 물식힘사발에 더운물을 붓고 한숨이 나가면 차칙으로 찻주전자에 차를 넣은 후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것이 차를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차칙은 보통 대나무 줄기나 뿌리를 반으로 쪼개 만드는데 작은 나무 숟가락을 사용해도 된다.

기본 다기세트는 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미술적 가치를 따질 목적이 아니라 수시로 편하게 차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값비싼 다기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 차문화 행사 '티월드 페스티벌' 추진 위원회 신천운 본부장은 "일반인들이 생활차를 즐기기 위한 다기는 5만∼10만원 정도로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찻잔의 크기는 차의 종류와 맛에 따라 결정된다. 신 본부장은 "차의 맛이 쓰고 진할수록, 색상이 진할수록 작은 것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차의 색상을 즐기고 싶다면 백자를, 자연스런 찻물이 들어 색상이 변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청자 등 미세한 균열이 있는 찻잔을 택한다. 균열이 있는 찻잔은 한방울의 찻물만 떨어져도 부드러운 차의 빛깔이 고르게 퍼져 서서히 색상이 변해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도자기로 된 차받침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찻잔이 상하기 쉬워 요즘은 나무로 된 받침이 더 많이 쓰인다. 나무 상이 없어서 예스런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면 대나무나 등나무 껍질로 엮은 일인용 매트인 '차석'을 깔아 운치를 더한다.

조상들은 '다화(茶花·차를 마시는 공간에 차와 함께 곁들인 꽃)'도 차를 마시는 데 빠져서는 안될 요소로 보았다. 계절에 맞는 꽃을 선택하되 색상이 너무 화려한 것은 피하고 도자기로 된 꽃병에 한두 송이 꽂는 것으로 족하다. 가을에는 역시 국화가 가장 잘 어울린다.

오후의 작은 쉼표, 홍차

19세기 영국의 한 이름없는 작가는 "영국인의 일상에서 홍차를 빼 놓으면 우중충한 비구름과 우산, 그리고 장화 밖에 안 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의 귀족들이 매일 오후 가졌던 '차모임(afternoon tea)'에서 비롯된 티타임. 이웃과 함께 즐기는 여유 있는 홍차 한잔의 시간을 보기 좋게 꾸며보자.

홍차용 다기는 본차이나로 된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차를 우리는 티포트(tea pot)와 찻잔만 갖추면 쉽게 홍차를 즐길 수 있다. 유리로 된 티포트는 홍차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점핑(jumping) 현상과 홍차의 우아한 색상 등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금속 티포트는 홍차 맛이 변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테이블 데코레이터 이지현씨는 "홍차는 커피와 달리 색상이 엷고 투명하므로 찻잔도 입구가 넓고 안쪽에 과일이나 꽃 등의 그림이 그려진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차를 따를 때 나오는 작은 찌꺼기를 거르기 위해 찻잔에 걸쳐 쓰는 '스트레이너(strainer)'나 티포트 없이 홍차를 우려 먹을 때 쓰는 금속성 티백 '인퓨저(infuser)'도 즐거운 티타임을 돕는 소품이다.

홍차와 함께 곁들여 먹는 간단한 다과는 티타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가장 일반적이며 잘 어울리는 메뉴는 속을 넣지 않은 가벼운 밀가루빵인 스콘(scone). 스콘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작은 케이크나 과자 등도 무관하지만 나이프를 써야 할 정도로 질기거나 큰 음식은 피한다.

커다란 접시에 스콘이나 케이크를 담아 가운데 두고 집게와 개인 접시, 포크를 함께 준비해 하나씩 덜어먹는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씨는 "찻잔 위에 레이스가 달린 냅킨을 손바닥 크기로 접어 리본으로 묶은 후 작은 이름표를 달아 두면 초대하는 이의 배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씨는 또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지막한 꽃을 센터피스(centerpiece·상 가운데 두어 장식하는 것)로 장식하되 접시 등과 비슷한 색상으로 맞출 것"을 제안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사진제공=LG데코빌, 태평양, 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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