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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K 돈 11억원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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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K 돈 11억원과 대통령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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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 돈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은 대통령의 책임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중심으로 되돌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집사라는 최씨가 어떤 명목으로든 그만한 돈을 받아 선거 빚을 갚는 데 썼다면, 대통령에게 포괄적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법리를 따지기에 앞서, 그것이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도덕적 기준에 합당할 것이다.노 대통령은 이미 20년 측근의 행위를 모른다 할 수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나아가 국정의 유일한 밑천인 도덕적 신뢰가 위기에 처했기에,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겸허하게 심판받겠다고 선언했다. 이 돌출 선언은 온 나라를 충격과 혼돈에 빠뜨렸고, 갈등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거대한 혼란의 봇물을 튼 대통령과 주변의 언행은 그러나 나날이 겸허함과는 거리 먼 쪽으로 가고 있다. 야당의 과거 정치자금비리를 다시 꺼내 매도하고, 야당과 언론의 발목 잡기가 국정 위기를 초래했다고 새삼 항변하는 것은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구하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여론 추이에 비춰 국민투표 승리를 자신한다거나, 지지세력을 다시 움직인다는 따위의 말까지 들리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

노 대통령은 사태의 본질과 그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재신임 논란이 어디로 가든 간에, 도덕성을 최대 덕목으로 내세운 통치의 정당성을 뒤흔든 사태의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정치권이 국민투표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이나, 위헌논란 속에 재신임 여론이 높은 것 등은 핵심이 아니다. SK 돈이 당선축하금인지 결혼축의금인지도 곁가지 논란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내세운 도덕적 기준에 걸맞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런 당위, 진정한 국민 여론을 외면한다면 재신임 국민투표도 한갓 공허한 정치 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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