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하나를 하기도 힘든 일을 몇 가지나 쉽게 해치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정상급으로. 현존하는 음악가 가운데 한 번 본 악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외운 후 단원들에게 악보를 왜 보느냐고 불평을 터뜨리는 지휘자 로린 마젤, 연습을 하지 않고도 정상의 연주를 펼치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유리 바쉬메트
27일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지는 비올리스트 유리 바쉬메트와 트럼피스트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도 이런 천재 음악인의 반열에 올라있다. 세계 최고의 비올리스트 바쉬메트는 어릴 때 록 음악을 좋아해 비올라 연습을 한 시간 더 하는 조건으로 어머니에게 일렉트릭 기타인 '복스'를 선물 받기도 했지만 결국 비올라를 선택했다.
비인기 악기였던 비올라를 독주악기로 끌어 올린 그는 비올라 전공자들이 한 번쯤 목표로 삼는 음악가다. 더군다나 지휘도 뛰어나 비올라 연주 솜씨를 뽐내는 파가니니의 '비올라 협주곡' 외에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6번'에서는 지휘 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더욱 눈길을 끄는 연주자는 트럼피스트 나카리아코프. 1977년에 태어난 그는 15세에 이미 놀라운 연주력을 보여 '트럼펫의 파가니니'라는 찬사를 들으며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더욱이 악기를 배운 지 불과 3∼4년 만에 이런 성과를 이룬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던졌다. 86년 교통사고로 등을 다칠 때까지만 해도 그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다. 이번에 함께 내한하는 누나 베라 나카리아코프도 피아니스트이다.
젊은 나이에 놀라운 연주력을 갖추고 얼굴까지 잘 생긴 그는 최근에 나온 텔덱 레이블의 음반에 수록된 트럼펫 협주곡에서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용 협주곡을 트럼펫으로 편곡해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트럼펫, 현을 위한 협주곡 Op. 35'를 바쉬메트, 누나와 함께 연주한다. 재즈를 좋아해 재즈 음반을 모으고, 전설적 재즈 트럼피스트 마일스 데이비스를 좋아한다. 2만∼8만원. (02)580―1300
유니스 리
올 가을 주목할 만한 미남미녀 연주자 가운데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유니스 리도 들어 있다.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회는 국내에서 삼성 클래식 레이블로 두 장의 음반을 선보이며 CF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연주력과 미모를 자랑하다가 갑자기 국내 연주활동을 중단한 그가 6년 만에 펼치는 복귀무대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장영주 등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를 키운 도로시 딜레이와 강효 교수를 사사한 그는 10세 때 명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가 키운 시카고심포니 청소년 오디션에서 1위, 12세 때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 최우수상, 16세 때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바이올린 부문 대상 등을 차지했다.
연주 활동을 접은 동안 그는 미국을 여행하며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음악과 접했다. 2001년에는 친구인 크리스틴 손 등과 현대곡을 주로 연주하는 현악사중주단을 결성, 올해는 시카고의 일렉트릭 재즈그룹인 'Spheres of Influence'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뮤직 투어를 가졌다. '영혼의 조화'란 이름의 이번 연주회에서는 비탈리의 '샤콘느', 코릴리아노의 '레드 바이올린', 윤이상의 '정원의 리나' 등을 들려준다. 오랜 공백을 거친 그의 음악적 성숙을 기대해 볼 만하다. 피아노 반주는 패트릭 시노직이 맡는다. 3만∼5만원 (02)751―9606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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