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께서 물려주신 유물이 아무리 값지더라도 제 개인의 물건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조선시대 3대 임금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1547∼1634년)의 13대 직계손인 연세대 의대 이승규(63·소아심장과) 교수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유물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세웠다.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개인의 소장품을 출연해 박물관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15일 "30억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해 경기 광명시 소하 2동 1084번지 일대 4,500평 땅에 7개 건물이 들어선 '충현(忠賢) 박물관'을 건립, 24일 개관한다"며 "앞으로 주변 땅을 추가로 사들여 박물관을 2만5,000평 규모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이 들어선 지역은 경기도문화재 제90호로 지정된 이원익의 사저 관감당(觀感堂)과 후손이 살던 주택,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61호인 오리영우(梧里影宇·영정을 모신 사당) 등이 조성돼 있는 곳으로 이 교수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터전. 숙종 임금은 이땅에 오리대감을 기리기 위해 충현서원을 세워주기도 했다.
박물관에는 이원익의 영정 4점, 친필 및 시, 교서, 연첩(宴帖), 문집 등을 비롯해 고서, 목기, 백자기, 가구, 식기, 묘비, 묘석 등 204종 637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조선 14∼16대 임금인 선조와 광해군, 인조 등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오리대감은 임진왜란 당시 평안도 순찰사 등을 지내면서 큰 공을 세웠으며, 문장에도 뛰어난 청백리였다. 그는 1608년 대동법 시행을 건의해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줄이고 상공업 발전을 촉진시켰으며, 군병방수제도를 개혁해 군복무를 단축했다. 그는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물러난 뒤에도 다시 영의정에 발탁돼 민심 수습과 국가안정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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