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폭등에 대해 정부가 지난 '9·5 대책'때 내놓았던 진단과 최근 내놓는 진단을 비교하면,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듯하다.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14일 "(집값 폭등은) 공급(부족)의 문제라기 보다, 투기 수요가 주된 원인"이라며 "강남 주민들이 자녀교육이 끝나도 남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원인이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유독 강남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원인이 기존 '실수요'에다 '투기 수요'가 가세한 탓이 크다는 인식인 것이다. 대책도 세금중과·대출억제를 통한 투기심리 억제와 중장기적으로는 교육환경 개선 등 '종합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라는 반응이다.
사실 9·5 대책때만 하더라도 정부는 집값 불안의 원인을 '서울 주택보급률이 82%에 불과한 데 따른 공급 부족때문'이라고 못박았고, 내놓은 대책도 강남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강남으로 몰리는 실수요를 인근 신도시로 돌리는 게 고작이었다. 이 결과 강남의 주택공급을 3배나 늘릴 수 있다던 재건축 아파트 규제는 기존 아파트 가격만 올려 놓았다. 또 '교육여건만 좋으면 강남 주민 4명중 1명이 이사를 가겠다고 대답했다'는 설문조사까지 들이대며 판교 학원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민적 비난만 샀을 뿐이다. 강남을 놓고 벌어지는 머니게임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기 보다, 자잘한 공급대책만 내놓으면서 '강남 프리미엄은 당연하다'는 심리만 부추긴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기 수요와의 싸움은 정부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최 장관의 이날 공언을 뒤집으면 '지금까지는 잘못된 진단으로 시장에 완패했다'는 고해성사인 셈이다.
유병률 경제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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