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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구체적 사용처 의문/ 최도술씨 의혹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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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구체적 사용처 의문/ 최도술씨 의혹 여전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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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검찰이 구속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구속영장에는 최씨가 SK측으로부터 11억원을 수수하게 된 경위가 비교적 상세히 드러나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당일 SK측에 금품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으며 대통령 장남 결혼식 날 금품을 수수, 돈의 성격에 의문을 드리우고 있다.드러난 금품수수 경위

발단은 최씨가 고교 선배인 이영로씨에게 대선을 치르며 안게 된 빚 해결을 부탁한데서 시작됐다. 이씨는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19일 부산에 온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만나 이 같은 사정을 얘기하고 1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씨는 손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 이에 손 회장은 향후 SK의 기업활동과 관련한 지원을 부탁하며 제의를 승낙했다. 이튿날 이씨는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을 부탁한 사람이 노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씨"임을 밝히며 양도성예금증서(CD)로 돈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임직원 명의로 CD를 구입했고 노 대통령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이 있은 12월25일 서울에 올라온 최씨를 시내 P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CD를 전달했다. 함께 오기로 한 이씨는 사정이 생겨 최씨만 올라왔다. 최씨가 전달한 CD는 부산 S대학 교수로 있는 이씨 부인 배모씨 계좌로 입금돼 이후 줄곧 이씨가 관리했다. 최씨는 "이씨가 호의로 건네는 돈을 수시로 받아썼을 뿐이며, 어떨 때는 100만원대 소액을 받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

노 대통령이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한 최씨의 비리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몇 가지 의혹은 남는다. 대선 당일 SK측에 금품을 요구한 것은 사전에 선거에서 이길 경우 '당선축하금'을 걷기로 최씨 등이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또 최씨가 먼저 이씨에게 대선 채무를 갚아달라고 요구했다면 실제 채무가 얼마이고, 이씨가 이를 갚았는지가 먼저 궁금해진다. 대선 채무 변제용으로 받은 11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도 의문이다. 최씨는 11억원 중 3억9,000만원을 건네받아 개인용도에도 사용했다. 돈 받은 명목이 대선채무가 아닐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는 또 필요할 때마다 돈을 받아가 이씨가 자금 관리인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두 사람이 공범관계라면 대선채무를 이유로 한 자금수수가 SK에 그쳤는지도 살펴야 한다. S기업 등 부산지역 업체들이 최씨에게 줄을 댄 정황은 여러 곳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또 두 사람이 돈을 분배했다는 검찰의 설명은 제2의 범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노 대통령 아들 결혼식이 있던 시점에 돈이 전달된 점, 이 문제가 거론되던 2월 중순 최씨, 이씨, 손 회장이 회동한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SK의 행태도 의문이다. 대선 막판에 민주당에 25억원을 건네고, 선거 당일 손 회장이 부산에 내려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배경은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최씨와 이씨 등의 계좌 내역, 정확한 배분액, 확인된 용처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은 더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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