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10개사 중 8개사가 지배주주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등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15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원장 정광선)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상장기업 426개사 중 지배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한 경우가 330개사(78.7%)에 달해 대부분 기업에서 사외이사제도의 독립성 보장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 또는 수정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있는 기업도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15%에 불과한 60개사에 그쳤다. 결국 대부분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 찬성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그친 셈이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률이 10%에 미달하는 기업도 전체의 77%에 달하는 등 다수의 일반 주주 역시 회사의 이 같은 불건전 경영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의 권리보호, 이사회, 공시, 감사기구, 경영과실 배분 등 5개 부문에 걸친 이번 평가조사에서는 이사회 부문(득점률 20.5%)에 이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경영과실 배분 부문(22.06%)이 두번째 취약 부문으로 꼽혔다.
실제로 시가배당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 예금금리를 초과해 5% 이상인 기업은 126개사(29.5%)에 불과했고 10개 상장기업 중 7개 기업의 시가배당률은 5%에 미치지 못했다. 또 중간배당 실시 기업은 13개사(3.1%)에 그쳐 절대다수의 기업이 아직 중간배당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역시 117개사(27.5%)에 불과했고, 이 중 매입 후 소각한 기업은 13개사(3.0%)에 그쳐 더욱 적었다.
또 개인 최대주주 및 친인척의 지분율 합계가 10%를 넘는 회사는 284개사(66.6%)에 달해 상장기업의 과반수 이상이 '족벌경영'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주주의 권리보호와 관련해서는 회사 홈페이지에 주주총회 등에 대한 안내를 공지하는 회사는 142개사(33.2%)였으며, 월별 손익정보를 공시하는 회사도 36개사(8.4%)에 그쳤다.
한편 조사대상 상장기업 중 잘못된 경영 책임과 관련해, 이사들이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141개사(33.1%)였고, 회사 내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이 내부규정으로 명시되지 않은 채 운영 되고 있는 회사도 112개사(26.4%)에 달했다.
지원센터는 "426개 상장기업을 부문별 평가한 결과 평균 평점이 37.95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며 "특히 상위 10개사 평균은 67.18점에 달한 반면 하위 10%(43개사)의 점수는 26.91점에 그쳐 기업간 편차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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