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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고아사랑을 기억합니다"/목포 "공생원"설립 故윤치호·윤학자씨 부부 한일 양국서 400여명 참석 "흉상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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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고아사랑을 기억합니다"/목포 "공생원"설립 故윤치호·윤학자씨 부부 한일 양국서 400여명 참석 "흉상 제막식"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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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충무동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공생원에서 소박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75년 전 오갈 데 없는 고아 7명을 모아 공생원을 연 윤치호씨와 부인 윤학자씨의 흉상 제막식이 거행된 것.이 자리에는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일본 고치(高知)시 시장과 시의원 등 '윤학자 사랑회' 회원 130명을 포함해 국회의원 김홍일, 전남도지사 박태영, 목포시장 전태홍씨 등 모두 400여명이 참석했다.

흉상 제막식에 맞춰 16일에는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일본의 세계적 사회복지 전문가 고무로 도유치카(小實豊允) 오테마에대학 교수가 '세계의 복지를 말한다'를 주제로 기념강연회를 연다.

전도사였던 고 윤치호씨는 1928년 목포에서 부모도 없이 어렵게 지내던 고아 7명을 모아 공생원을 세웠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아이들의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다 행방불명됐고 그때부터 일본인 부인 고 윤학자씨가 공생원 운영을 맡았다.

윤학자씨는 일제시대 목포에 주둔하던 조선총독부 관리의 딸로 '거지대장'이던 윤 전도사를 돕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렀다.

윤학자씨의 일생은 아들 윤기(61)씨가 낸 '어머니는 바보야'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기씨는 흉상 제막에 맞춰 '아름다운 유산'(원제목·아버지는 바보야)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윤씨는 "제가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아버지 책을 엮었다"며 "부모님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기씨는 현재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교포 노인을 위한 양로원 '고향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의 봉사 정신을 보고 자라서인지 윤기씨의 딸 윤록(32)씨도 1998∼2001년 공생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3대에 걸친 사회봉사를 실천했다.

배광언 공생원 이사장은 "이 곳을 거쳐간 사람이 5,000명을 넘는다"며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흉상은 일본 고치시에서 윤학자 여사의 기념비를 보고 온 박태영 지사와 전태홍 시장의 제안으로 제작됐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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