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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그려낸 근대 한국화단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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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그려낸 근대 한국화단史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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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화단의 '살아있는 역사'인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91) 화백이 구순이 넘은 나이에 직접 육필 원고로 쓴 회고록 '화단 풍상 칠십년'(미술문화 발행)을 15일 냈다. 회고록은 18세 때 이당 김은호 문하로 한국화에 입문해 1930년대 초 조선미술전람회, 서화협회전에서 연속 입·특선하면서 화단에 들어온 이후 겪은 일과 당대 화가, 문화인들과의 교우관계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식민지 시대와 해방공간, 한국전쟁의 한가운데서 명멸한 미술인들과 미술단체의 갈등과 협력, 그리고 역사적 격동 속에서 한국화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다. 김기창 오세창 허백련 배렴 김환기 등 당대의 대가들과의 만남 뒤에 숨은 에피소드는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함께 전해 준다. 장 화백은 " '지나간 일은 모두 즐거워 지는 것'이라는 푸쉬킨의 시를 생각하며 기억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장 화백은 현재 한국 미술계의 최고령 현역 화가다. 작업은 물론 성품의 엄격함으로 '선비 화가'로 불리는 그는 98년에 미수(米壽)전, 2001년에 구순(九旬) 전을 열었고 지금도 삼청동의 처소 '한벽원(寒碧園)'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11월 1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은 장 화백과 중국 20세기 회화의 거장 이커란(李可染)의 2인전도 열 예정이다. 문인화 정신을 독창적으로 계승해 전통·현대 미술의 가교 역할을 한 그는 서울대, 홍익대에서 많은 제자들도 길러냈다. "지난해 갑자기 허리를 다쳐 이 일이 수포로 돌아가나 싶어 암담했지만 다행히 거동이 가능해져서 묵은 자료를 총동원하고 기억력을 되살려 1년 여 무리에 가까운 일을 강행했다."

장 화백은 책에서 "21세기 인류문명은 한 마디로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혼돈의 극치다. 신의도 인정도 메마른 삭막한 환경 속에서 무위무책한 많은 노인들이 고독과 환멸을 곱씹으며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노인들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노수 권영우 송영방 민경갑 정탁영 이종상 등 제자와 오용길 김보희 이왈종 등 화단의 맹장들이 사계절 한벽원에 모여 술잔 기울이고 정담 나누는 나의 생활은 원시림 속에 살고 있는 듯 흐뭇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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