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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위헌(違憲)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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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위헌(違憲)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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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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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가의 통치체제에 관한 근본원칙을 정한 기본법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한다는 것은 민주국가의 이념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존중하고 따른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헌법이란 말에서 유구한 세월을 견뎌온 거목이 연상되는 것도 헌법이 한 국가의 마지막 버팀목이란 상징성 때문일 터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위헌적 발상과 조치들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 헌법을 아무리 뒤져봐도 선출된 대통령을 재신임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우리 헌법의 국민투표는 국가의 중요정책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도록 돼 있을 뿐이다.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는 헌법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정 신임투표를 원한다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자고 말했어야 옳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면서 살겠다"고 서약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앞장 서 헌법에 근거가 없는 국민투표 날짜까지 제시하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칼하다. 대통령의 제안이 헌법이 위배되는 지를 면밀히 따져 위헌성을 지적해야 할 야당조차 정파적 이익에 따라 국민투표를 하자, 말자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밝힌 토지공개념제 도입도 위헌적 발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택에도 일종의 사회주의적 요소가 짙은 공개념을 도입해 아파트 재건축 이익을 환수하고, 토지거래허가제처럼 주택거래도 허가제로 할 것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의 심각성을 누가 모르겠는가. 서민들의 좌절감을 부추기는 부동산 투기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명분이 크더라도 시장경제 원칙를 넘어선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조치는 위험하다. 공개념 도입 발상은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을 시의 적절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뒷북만 쳐온 정책의 실패를 혁명적 방법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유 재산인 주택을 정부의 각종 행정규제를 받아가며 거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재산권 침해다. 시장 논리에 위배되는 반 시장적 조치가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 시켜왔다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서울 강남지역에 대해서만 다른 지역보다 높은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물리기로 한 은행권의 조치도 위헌적 요소가 짙은 지역 차별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서울 강남지역 등 시세급등 지역의 대출금리를 1%포인트 올려 받기로 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특정 지역을 경제적으로 역 차별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적 조치다. 정부가 지역감정 자극이나 정치적 차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개인의 생활과 재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차별적 금리인상을 용인하는 태도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 결정이나 정책의 시행은 빠를수록 좋지만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 탈법과 위헌적 발상이 횡행하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다시 상식과 원칙, 그리고 헌법을 생각한다.

이 창 민 경제부 부장대우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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