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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장금" 자문 한복려씨/"궁중음식, 엄청난 비법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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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장금" 자문 한복려씨/"궁중음식, 엄청난 비법은 없어요"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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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이 방송 4주만에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기 요인을 꼽으라면 아역배우의 호연과 빅스타 이영애 효과, 탄탄한 구성과 함께 궁중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곰 발바닥에 닭과 인삼을 넣어 찐 계삼웅장(鷄蔘熊掌), 다진 생강을 졸여 빚은 생란(生卵) 등 진귀한 음식들과 이를 만드는 능숙한 손놀림(물론 대역이다)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명' 노릇을 톡톡히 한다."음식이 보약이란 말이 있죠. 명의(名醫)라면 음식도 잘 알아야 하지요." '대장금'의 음식 자문을 맡은 한복려(56) 궁중음식연구원장은 "의녀로만 기록된 장금의 일대기를 음식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참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궁중음식 하면 엄청난 비법이 있는 줄 아는데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궁중음식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된 궁중음식은 조선의 마지막 수라상궁 고 한희순(1972년 작고)이 전수한 것으로, '대장금'의 배경인 중종 무렵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드라마 속 음식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한 원장의 고증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작가가 내용에 맞는 음식을 고르면 한 원장과 제자들이 고증을 거쳐 가능성을 따져본 뒤 만들어낸다. "연산군이 계삼웅장을 찾는 장면이 있었죠. 실제 연산군이 이 음식을 즐겼다는 기록은 없지만 육식을 아주 좋아했고, 웅장이 고려 때부터 식재료로 쓰였다는 기록으로 미뤄보면 있을 법한 얘기죠."

어린 장금의 '절대 미각'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죽순채에 설탕 대신 홍시를 넣는 기발함을 발휘한 작가지만, 아무래도 책상머리에서 궁리한 것이라 한계가 있다. 이럴 때 이야기 흐름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 것도 한 원장의 몫이다.

"어린 장금이 임금의 밤참을 쏟자 한상궁이 급히 음식을 만드는 장면 기억 나시죠. 원래 대본은 생강 녹말로 만든 강분다식이었는데,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없는 거라 손쉽고 모양도 예쁜 생란으로 바꿨지요. 장금이 어선경연에 내놓은 박 만두도 작가의 주문은 단호박 만두였어요. 암만 재주가 뛰어나도 단호박으론 만두 못 빚어요. 박으로 바꿔보기로 했는데 구할 수가 있어야죠. 수박 껍질의 흰 부분을 얇게 저며 소금물에 절여 썼더니 색도 예쁘고 맛도 괜찮더라고요."

한 원장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첫 회에 등장한 연회 장면. 50여가지 음식을 30∼40㎝ 높이로 쌓아 차리는 의례상에다 50명 분의 각상을 준비하느라 연구원 식구 20여명이 1주일을 매달렸다. 연회 음식은 주로 남자조리사인 숙수(熟手)가 담당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숙수 한 분도 모셨다. 그러나 TV에 비친 것은 단 몇 분. 한 원장은 아쉬움도 달래고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풀어주기 위해 MBC 홈페이지에 궁중음식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6·15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에 가서 궁중음식으로 잔치를 연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궁중음식을 국제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잠시 화제가 됐다가 잊혀져 아쉬워요." 그는 "'대장금' 덕에 궁중음식에 쏟아진 관심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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