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통치력과 정치적 책임성의 부재입니다." "집권 8개월여 만에 헌법적 정당성에 논란이 있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요구할 지경에 이른 노무현 정부는 현행 권력 구조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한국정치학회(회장 신명순 연세대 교수)가 16·17일 이틀간 여는 추계 학술회의에서 현재 재신임 투표를 두고 불거진 대통령 통치력 약화 문제를 집중 토론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둘째 날인 17일 연세대에서 한국프레스센터로 자리를 옮겨 열리는 회의에서는 '한국의 권력구조 논쟁'이란 주제로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 3편이 발표된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논문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안에 대한 검토'에서 "우리나라에서 헌정 공학의 관심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의 해체에 집중돼 있었다"며 "미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한국 의회에 제도적으로 부여된 권한은 상대적으로 크며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와 권위주의적 통치의 관행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성격이 남아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과거 대통령이 의존했던 이런 조건에 기대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과 통치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현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단순 다수결 선거 등에 따라 분점 정부가 출현해 대통령의 통치력 약화를 부르고, 단임 대통령제와 정당의 비연속성이 정치적 책임성을 묻기 어렵게 한다는 점을 들었다. "문제는 내각제 개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여전히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강한 상황에서" 그는 대안으로 단임제 폐지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 도입 등을 들었다. 단임제 폐지는 정치적 책임성의 확보를 위해, 비례 대표제 도입은 정당 정치의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분점 정부의 출현을 억제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를 통일하고 두 선거를 비슷한 시기에 실시해야 하며, 제도적으로 절반을 넘는 대통령의 지지 세력 확보가 가능하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회가 각료 인사권에 개입하도록 한 현행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정관 한신대 교수는 논문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원형과 변형'에서 "한국의 대통령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과다하게 집중된 절대 대통령제"라고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 처방으로 "현행 권력 구조를 개헌 혹은 중간적 제도 변화를 통해 원형 대통령제의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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