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범인이라도 끈질기게 매달리면 꼭 잡힐 거라는 확신을 갖고 뛰었습니다."'홍대 괴담'을 퍼뜨리며 서울 연희동·동교동 일대에서 잇따라 퍽치기 행각을 벌여온 강도를 현장에서 검거한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1반 김문상(37·사진) 경사는 15일 "오랫동안 앓던 이가 빠진 듯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동교동 부근에서 홍익대 여학생이 퍽치기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매일 밤마다 잠복근무를 해온 지 한 달째였다.
김 경사는 "단서도 목격자도 없어 수사가 자칫 미궁으로 빠지는 건 아닌지 한달 내내 입이 바짝 말라있을 정도로 초초했다"며 수사 초기의 어려움을 털어 놨다. 당시 뚜렷한 단서조차 없어 전전긍긍하던 수사진은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수법의 퍽치기 강도가 수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대적인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형사들은 이때부터 '퍽치기'를 소재로 한 영화 '와일드 카드'를 모방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포서 전 형사들이 모여 이 영화를 보기도 했고, 사건 발생지역 부근의 동일 전과자, 혼자 사는 남성 등 500여명을 상대로 철저한 탐문수사를 벌였다. 김 경사는 "언제 범인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잠복근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더디게 진행되던 수사가 급진전한 것은 지난 1일 비슷한 사건이 인근 지역에서 또다시 발생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범인이 주로 비오는 날 새벽에 여성들만 골라 범행한다는 단서를 포착한 그는 마침내 12일 새벽 한 30대 여성을 뒤쫓던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범인을 검거하고도 강도살인을 입증할 증거품을 찾지 못해 애타게 숨진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는 김 경사는 "열심히 발로 뛰는 전통적 기법이 수사의 기본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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