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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내츄럴" 발표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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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내츄럴" 발표 이기찬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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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란 계절은 괜히 심란하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는 노래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때다. 가을에 감정이 예민해지는 것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으로 설명되곤 한다. 햇볕의 양이 줄면서 빛을 받아들여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이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고 그에 따라 쉽게 슬픈 기분에 빠진다는 것.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 슬픈 노래가 많이 나오는 때이기도 하다.1997년부터 매번 가을에 새 앨범을 발표한 이기찬(24)은 그 이유로 "내 목소리가 슬픈 노래에 잘 어울리는 탓"이라고 말한다. 자가 분석처럼 가을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덕분에 그는 97년 'Please'로 시작해 2001년 가을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지난해 가을 '감기' 등으로 가을을 타는 '추남추녀'(秋男秋女)들의 가을앓이를 부추겨 왔다.

올해는 '자꾸만'이다. "언제나처럼 슬픈 사랑 이야기"란다. 사랑의 아픔을 '감기'라고 했던 것처럼 그의 노래 속의 옛사랑은 고치지 못하는 병처럼 떨칠 수 없는 괴로움이다. "헤어진 후에도 잊지 못하고 자꾸만 생각난다는 내용이죠. '병이겠죠 아직/ 그대가 보고픈 것도'라고 노래해요."

'언제나처럼'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적지않은 고민이다. 96년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뽐내기 대회 수상 후 데뷔해 낸 첫 앨범은 R& B 색채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교 없는 편안한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당시에는 솔리드의 영향인지, R& B가 막 유행하던 때였죠. 그런데 제 목소리가 기교를 많이 쓰면 쉽게 식상한 타입이어서 되도록 절제하며 노래를 불러왔어요."

이번 앨범은 두 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Natural'(내츄럴)이라는 타이틀처럼 어쿠스틱한 느낌을 강조했고 대부분의 곡을 기계 조작 없는 실제 연주로 채웠다. 또 하나는 그 동안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넣었다는 점. 'Please' '유리' '널 잊을 수 있게' '춤추는 나무'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등 대표곡을 모두 실었다. "리메이크곡이 많다는 게 자칫 성의 없게 비칠 수도 있다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워낙 제 노래가 조용하다 보니 앨범 전체의 느낌이 지루할 것 같기도 했고, 옛날 노래를 다르게 불러 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했어요."

'누가 더 튀는가'로 경쟁하는 방송 생활에서 이기찬은 '튀지 않음'으로 승부해 왔다. 어쩌면 오래 노래하는 힘이 되기도 했지만 소위 대박이라 할 만한 큰 성공이 가로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다르다. "가지고 있는 것을 100% 발휘해 왔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 순간 강한 인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해요." 그의 바람은 "자꾸 듣고 싶은 담백한 노래를 오래도록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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