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의 귀국 전후 과정을 다룬 KBS 개혁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편향성 여부를 놓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과 KBS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 달 초 집중된 두 신문의 파상적 공세에 맞서 KBS가 신문개혁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방송을 내보내고 소속 PD들이 취재 거부를 선언, 정면대결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신문 보도의 색깔론 공세 논란
조선·동아일보는 송씨의 노동당 입당 사실이 흘러나온 직후인 1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편향성을 지적한 것을 시작으로, 정연주 KBS 사장의 간첩의혹, 이종수 KBS 이사장의 입국배후설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7일 김일성 시계가 소품으로 등장한 KBS 오락 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이 북한을 미화했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6일 박성범 전 KBS 방송본부장이 쓴 칼럼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을 게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두 신문의 보도·사설은 뚜렷한 검증 없이 자극적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비판을 불렀다. 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이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근거 없는 색깔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14일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두 신문의 보도태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편 문제가 된 '귀향, 돌아온 망명객들' 편은 방송위원회 심의 결과 시청자에게 오해와 혼란을 준 점이 인정돼 권고 조치를 받았다. 방송위 산하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는 15일 "KBS가 '한국사회…'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오해와 혼란을 준 점이 인정되며 앞으로 사회적으로 대립된 사안을 제작·방송할 때는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방송 보도의 공정성 논란
반격에 나선 KBS도 스스로 공정성 논란을 불렀다. 11일 방송된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신문,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편은 주요 신문의 친일 행적, 군부독재와의 유착, 국민의 여론과 유리된 의제설정 등을 거론하며 개혁의 걸림돌로 규정했다.
그러나 차분한 사실 제시보다는 특정 시각에 근거한 주장과 의견을 앞세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의 본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앞서 몰락한 재벌의 부당한 축재 행태를 객관적으로 추적 보도한 것과는 크게 달랐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 사실상의 검열 아래 놓여 있던 언론의 전체적 상황을 일부러 무시한 채 표적으로 삼은 두 신문의 곡필 사례를 집중 조명하는 등 입맛에 맞는 '사실 짜깁기'식 보도가 많았다. 동아일보는 13일자 기사를 통해 "5,6공 당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특히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특종보도 등 민주화 과정에서 신문이 한 역할을 무시한 왜곡이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언론학계 반응
언론학자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감시와 미디어 상호비평의 이름으로 치러진 양측의 설전이 과연 객관적 사실에 근거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판을 위한 비판, 의도가 깔린 비판이 범람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이 KBS 프로그램이 송씨를 미화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유"라며 "그러나 색깔론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회통합이라는 장기적 비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방송이 언론권력 문제를 부쩍 많이 제기하고 있지만, 객관적 사실관계보다 당파적 시각을 앞세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는 독자나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 현재 신문과 방송이 편을 나눠 공격하는 보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론 전체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져 결국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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