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930>요한 바오로2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930>요한 바오로2세

입력
2003.10.16 00:00
0 0

1978년 10월16일 폴란드 출신의 추기경 카롤 보이티야가 제264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당시 58세였던 그는 전임자 요한 바오로1세를 기려 자신을 요한 바오로2세로 칭했다. 가톨릭 교회의 최고위직에 이탈리아 반도 바깥 출신의 사람이 선출된 것은 455년 만의 일이었다. 등위한 지 고작 30여일 만에 죽은 전임자와 달리, 요한 바오로2세는 오늘로 재위 25년을 채웠다. 1981년 5월 교황청 앞뜰에서 교인들을 접견하다 한 터키인에게 저격을 당하기도 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건강이 좋지 않았으나, 그는 사반세기 동안 정력적으로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왔다. 외신은 그가 지금 위독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요한 바오로2세가 등위했을 때 조국 폴란드는 공산주의 정권 아래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신심 깊은 가톨릭 국가이기도 했다. 폴란드 출신 교황의 존재는 그 나라에서 정부에 대한 저항 세력으로서의 교회에 작지 않은 힘을 실어주었다.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개인은 페레스트로이카를 선도한 고르바초프일 테지만, 지칠 줄 모르고 신앙의 자유를 옹호한 동유럽 출신의 교황 역시 그 역사적 사변에 크게 기여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요한 바오로2세는 1984년 한국 가톨릭 교회 200돌 기념식 때 내한해 103위 복자(福者)에 대해 시성식을 집전했고,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도 대회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가족을 비롯한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치들을 견결히 옹호해 왔다는 점에서 요한 바오로2세는 분명히 보수주의자이지만, 한편으로 교회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온 불관용이나 전체주의 정권들에 대한 암묵적 협력을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지난 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등 리버럴한 면모도 보여왔다.

고종석/논설위원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