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언 후 대다수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재신임 정국에 대한 인식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재신임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신문이 중심과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치권·언론의 말바꾸기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재신임에 대해 말을 바꾸고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의 불신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정작 전쟁이라도 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처음엔 재신임 실시를 적극 환영하면서 연내 국민투표를 요구했으면서도 하루아침에 재신임 실시를 반대하는 듯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지금 국민투표의 위헌성을 부각하고, 측근 비리와 관련이 드러날 경우의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통합신당은 국민투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다. 정치권이 재신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기보다 각각의 이해득실을 따져 정치적 계산을 갖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대다수 신문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11일자 신문들은 '정치적 승부수', '벼랑 끝 승부수' 등으로 표현하며 여러 면을 할애해 집중 보도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정면 돌파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일부 신문의 보도태도는 정치권 못지않은 정략적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의도적 편집 관행'과 사설의 말바꾸기가 교묘하게 이뤄졌던 것이다.
먼저 11일자 동아일보는 재신임 응답률이 불신임 응답률보다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1면이 아닌 8면 하단에 작은 기사로 밀어냈다. 대다수 신문들이 이번 재신임 여론조사 결과를 1면 상단에 배치했는데 동아일보는 자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부각하지 않고 오히려 '죽이는' 편집 태도를 보였다. 아마 재신임에 대한 조사결과가 자사의 입장과 다르게 나오자 정략적 자세에서 편집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말 바꾸기를 보였다. 11일자 사설에서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우선적 과제는 자신의 재신임 문제로 야기될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재신임 시기와 방법, 앞으로의 정치 일정 등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재신임 발언 후 필요한 과제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3일 대통령이 국민투표 일정을 밝히자 14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대통령이 국민 불신으로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 국민투표가 아니라 정상적 국정을 통해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투표에 대한 자세가 마치 한나라당의 입장 번복과 동조하듯 수용 자세에서 순식간에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재신임 핵심은 정치개혁
또 인터넷신문을 통해 재신임 여론조사에 일찍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는 11일자 여론조사 보도에서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냐 불신임이냐'의 의견을 물은 게 아니라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국민에게 묻는 것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물은 조사결과를 발표해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가장 눈길을 끌고, 또 가장 중요하게 물어봐야 할 재신임 여부의 설문항목을 왜 뺀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 재신임 문제와 관련, 정치자금 비리와 정치개혁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이나 신문들이 이런 국민적 요망을 진지한 자세가 아니라 오로지 정략적으로 취급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