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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무당"과 떠나는 靈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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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무당"과 떠나는 靈的세계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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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어떤 보이스 귀신이 나타날까요."19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요셉 보이스(1921∼1986) 전시회를 여는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우스갯소리를 이렇게 말했다. 96년의 전시에서는 75만 달러짜리 대리석 작품의 일부였던 알 같이 생긴 조형물이 분실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이 대표는 보이스 작품의 그런 주술성을 '보이스 귀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4일 개막한 전시회의 제목은 '샤먼과 숫사슴(The Shaman and The Stag)'. 70년 한 전시장에서 발목까지 오는 긴 모피 코트를 걸치고 중절모를 쓴 보이스는 영락없이 현대의 샤먼(무당)의 모습이다. 사실 그는 20세기 미술의 샤먼이었다. 많은 이들은 보이스를 '현대미술을 끝낸 사람' 혹은 '현대미술의 신적인 존재'라고 부른다.

판에 박힌 미술의 소재와 주제, 영역을 뛰어넘어 그는 현대적 개념미술 혹은 전위미술을 창조했다. "인간의 생활과 사고 안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신적, 예술적 차원에서만 가능하다." 이전까지는 도저히 미술의 재료로 보이지 않았던 잡동사니들을 새롭게 조명한 오브제 미술이나, 삶 자체를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보는 퍼포먼스 등 보이스 이전과 이후 미술은 그 차원을 달리하게 된다.

보이스의 작품에서 보이는 무속적 성격은 그의 개인적 체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공군의 조종사였던 그는 러시아 상공에서 격추돼 타타르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그때 그의 얼어붙은 몸을 구해준 원주민들의 펠트 천, 기름 덩어리 같은 것들은 생명과 대지의 에너지의 구현이자 어떤 샤머니즘적 힘으로 그에게 각인된다. 실제로 그는 펠트, 기름 덩어리, 뼈, 꿀, 나무 등을 작품의 주 재료로 사용했다.

샤먼과 숫사슴도 나눌 수 없다. 샤먼이 인간의 영적 세계를 담당했다면 숫사슴은 그 영적 세계로의 여행을 돕는 조수 같은 존재이다. 보이스는 피아노, 의자 등을 이용한 많은 작품에서 숫사슴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산토끼를 여성성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보이스와 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백남준이다. 63년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 교수였던 보이스는 플럭서스 운동을 미술 영역에로 확대, 시인, 음악가들과 함께 해프닝, 퍼포먼스, 환경미술 등을 행한다. 백남준은 이때 보이스에 의해 발굴됐다. 86년 보이스가 사망한 후 백남준은 한국에서 그를 추모하는 굿판을 열기도 했다.

11월3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보이스 사망 전 10여년 간 세계 각지의 미술관과 화랑에서 그의 전시회를 연 영국의 세계적 화상이자 기획자인 안소니 도페가 마련했다. 그는 "보이스는 지구,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보이스의 설치 및 조각 14점, 드로잉 43점 등이 나왔다. 문의 (02)735―8449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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