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상가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한 떡집이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 '대장금'의 타이틀을 따 '대장금 떡방'이란 간판을 내건 것. 가게 주인은 "그 동안 써온 종로떡집이란 상호가 워낙 흔해 새 이름을 물색하던 중 드라마를 보고 이거다 싶어 얼른 바꿨다"면서 "이름을 살려 이바지 음식과 전통 한과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MBC와 정식 계약을 맺었고, 일정액의 로열티도 지불한다.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이 38.6%(13일)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갖가지 파생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장금 떡방' 외에도 드라마 대본을 각색한 소설 '대장금' 첫 권이 이미 출시됐고 어린이 만화·동화, 장금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용 성장 시뮬레이션 게임이 이 달 안에 선보인다. MBC는 사업 문의가 쇄도하자 14일 '대장금' 타이틀과 로고를 상표 등록 출원했다.
TV 프로그램을 사업에 접목하는 것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일반화했고 국내에서도 예가 없지 않다. SBS '야인시대'가 한창 인기를 끌 때 게임과 만화, 캐릭터 인형 등이 쏟아졌고, 얼마 전 '요조숙녀'도 PPL기법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대장금'의 파생 상품은 그 규모나 다양성 면에서 전례가 없어 인기 TV 프로그램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사업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만하다. 드라마가 끝나면 파생 상품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것이 통례지만, '대장금'은 라이선싱 전문 업체를 통해 타이틀 자체를 브랜드화해 장기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려라이센싱 조태봉 사장은 "'대장금'은 궁중음식과 한방, 전통문화 등 활용도가 높은 이야깃거리가 풍부해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다"면서 "곧 '대장금' 간판을 단 한정식집과 죽집이 등장할 것이며, 열쇠고리 등 액세서리, 전통주 한정세트, 한방화장품, 수출용 기능성 쌀 등도 시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떡집, 한정식집 등의 경우 지방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프랜차이즈 사업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생소한 사업 모델이 얼마나 먹혀들지, 내년 3월 드라마가 종영한 뒤에도 브랜드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행사를 통해서지만 공영방송이 '돈벌이'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대장금' 제작진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최진섭 MBC 콘텐츠TF팀 차장은 "광고에 의존한 수입 구조를 다각화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엄청난 제작비에 비하면 로열티 수입은 미미하다"면서 "공 들여 만든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입을 제작비 보전과 스태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성취 동기를 부여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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