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일정과 방법을 밝히자 각국 언론들의 논평과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르몽드는 '노 대통령, 국민투표에 운명을 걸다'라는 제목의 13일자 기사에서 재신임이라는 폭풍은 계층간 적대관계가 극심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혼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결정에 정치적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방에서 공격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정치놀음의 굴곡에 익숙하지 않은 노 대통령의 필사적 대응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재계와 보수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3개의 주요 보수 신문과 노골적인 적대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신문들은 그 동안 노 대통령에게 불에 달군 작열탄을 쏘아 왔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보수진영과 좌파 및 중도 좌파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민주당의 분열로 국회와의 관계에서도 고립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1년 전에 비해 한국 사회가 분열되고 파편화했으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과 대안 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한 정치'라는 제목의 14일자 사설에서 노 대통령은 경기침체와 파업 사태, 북 핵 위기 같은 난제로 동정 받을 여지는 있지만 재신임은 캘리포니아 주시자 소환선거가 그러했듯이 한국인에게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노 대통령이 시도하는 재신임은 자신이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추진하는 것이나 그에게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투른 방식으로 누구와 상의도 하지 않고 내놓은 재신임안은 내년 총선에서 패배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출발은 어려웠지만 균형 잡힌 경제 달성을 위해 힘썼고, 북 핵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한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추진하는 것은 이처럼 중요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경제야 어찌 되든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의회 내 지지세력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라고 14일자 사설에서 주장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 취임 후 8개월 동안은 실책의 연속이었다"고 비판하며 "한국민이 앞으로 5년을 이러한 지도자 밑에서 보내야 한다는 데 낙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또 "노 대통령의 돌출행동은 이제 한국인들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고려할 때가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13일자 특파원 기사에서 대선 때 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선거공약이 대통령 주변 부패근절이었는데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SK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등 집권 이후 측근 부패 사건이 잇따랐다는 점을 재신임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외신=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