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마도 "장난이냐", 또는 "시사 개그겠지"라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호주제 폐지, 전쟁반대 등 다양한 사회쟁점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 온 사람이라면 한 번 기대해 볼 만도 하다.'순악질 여사' 김미화(39)씨가 20일 첫 방송하는 MBC 라디오 '2003년 가을,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FM 95.9㎒·오후 6∼8시)의 진행을 맡는다. 시사풍자 코너가 아니라 국내외 뉴스와 심층분석을 아우르는 본격 시사 프로그램 진행은 개그맨, 아니 연예인 전체를 통틀어도 전례가 없다. 그것도 두 시간짜리 생방송을 혼자 진행한다. 대단한 파격이다.
"원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벌써 우리 나이로 마흔이고 코미디 시작한 지도 올해로 꼭 20년인데, 한번 파격적으로 변신해 보자고 생각했죠."
한달 전 정찬형 PD로부터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정 PD는 "서민적이고 정직한 모습,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성실함,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 등의 장점을 잘 살리면 듣기 쉽고, 깊이도 있는 프로를 만들 수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김씨는 "사람 잘못 골랐다는데도 정 PD는 '대박'을 장담했다. 취지도 좋고 무엇보다 그를 믿고 따라가면 뭔가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대개 시사 프로가 딱딱하고 어려운데 부드럽고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해요. 어려운 말 쓰지 않고, 아는 만큼만 말하고, 아줌마의 솔직함으로 모르는 것 있으면 주저 없이 묻고, 더러는 코미디언의 재치를 발휘해 슬쩍 꼬집기도 하면서…."
그렇잖아도 방송 일과 학교(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3년) 공부, 각종 사회 활동으로 새벽 2,3시에야 잠자리에 드는 그는 요즘 제목만 훑어보던 신문을 꼼꼼히 읽고 시사프로를 모니터 하고 잡지까지 챙기느라 잠을 더 줄였다. "몸이 버텨내겠냐"며 반대하던 남편도 그의 열성에 두 손을 들고 "멋지게 한 번 해 보라, 믿는다"며 응원해주고 있다.
"며칠 전 MBC 간부에게 'PD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했더니 '초반에 승부 내려고 하지 말고 길게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방송사야말로 길게 보고 1주일 만에 자르지 말라'고 했어요. 부족하지만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 믿어요."
일 벌이기 대장이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그다. 10년, 20년 뒤에는 또 무엇이 되어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대중 가까이에 있을 거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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