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 부장판사)는 14일 동료 미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미국 여대생 켄지 노리스 엘리자베스 스나이더(22)씨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검찰에 제출한 증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받아낸 피고인의 자백이지만, 범죄인 인도조약상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미국 수사관이 임의로 제출한 자료는 증거로서 부합하지 않는다"며 FBI의 조사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설령 미 수사관의 자백을 증거로 인정한다고 해도, 피해자의 몸에서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현장 주변에서 한 백인 남성이 피를 묻힌 채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선고 후 "미 수사관 조사내용의 증거능력 유무에 대해 최종 판단이 나온 것이 아니다"며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대구 K대 교환학생이었던 스나이더씨는 2001년 3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여관에서 같은 미국인 교환학생 J(당시 22세·여)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다가 미국으로 출국했으나,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미 수사관에게 범행을 자백했다는 조사내용과 함께 신병이 인도됐다. 그러나 스나이더씨는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다시 부인했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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