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을 탈당하겠다는 재독학자 송두율씨의 기자회견은 입국 후 불러일으킨 파문을 감안하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는 "귀국을 전후해 본의 아니게 생긴 혼돈에 관해 어떤 규명이나 사과보다도 미래를 위한 다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과거의 일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형사피의자다.북한의 권력 서열 23위인 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 김철수 임을 감추었고, 이로 인해 들끓었던 국민감정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참회가 없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살 것이며, 이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숱한 사람들이 겪어 온 고난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 형사처벌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가 독일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택한 이상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실정법상의 처벌을 감수하는 것과 양식 있는 지성인으로서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송씨는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을 탈당했다"고 말했지만, 노동당원으로서 위장된 경계인이었던 행각을 먼저 반성해야 했다. 스스로가 노동당 탈당이유를 경계인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음은 탈당이전에는 진정한 경계인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독일국적을 포기하기에 앞서 수사도중 주한 독일대사관을 찾아가 수사에 문제가 있는듯한 주장을 했음도 잘못 됐음을 인정하는 게 옳은 태도 였을 것이다.
송씨는 한국에서 살려는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독일로의 추방가능성을 무엇보다 우려한 지난 2일의 기자회견과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수사를 끝내고 사법처리 수위를 고심중이다. 사법처리 결과와는 별도로 그가 한국에 정착, 자신의 희망대로 민주화와 남북화해 협력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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