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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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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경남 밀양의 사자평과 경기 양평의 유명산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억새의 명소로 이름난 곳입니다. 단연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사람들만 다닐 줄 알았던 산길에는 사람의 발자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기괴한 모양의 자국들이 선명하게 나있었습니다. 이 자국들은 산과 억새를 마구 할퀴고 지나가는가 하면 사람들이 지나가야 하는 길을 웅덩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까닭을 알아본 결과 흔히 오프로드로 불리는 4륜구동 차량들이 낸 상처였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동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주로 포장이 되지 않은 곳을 거침없이 달리기를 좋아하며 심지어는 얕은 강물을 그냥 헤쳐나가는 데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일반 차량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헤치고 올라가는 것은 이들 차량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양 여기는 듯 합니다. 초대형 바퀴를 장착, 심하게 파헤쳐진 길을 통과하는 등 극한체험을 위한 오프로드 마니아들의 도전정신은 식을 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떨까요. 사자평 일대는 곳곳에 난 바퀴자국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억새밭이 바퀴 때문에 여러 갈래로 갈라져버렸습니다. 뒤늦게나마 관계당국에서 오프로드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고 있지만 이미 심각하게 나버린 생채기를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다모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양평군 설매재휴양림에서 대부산을 거쳐 유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마찬가집니다. 오프로드 동호인들이 수시로 찾아와 산을 휘저어놓는 바람에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대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선명하게 파인 바퀴자국 때문에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등산로는 바퀴들이 파헤친 자국으로 누더기가 돼버렸습니다. 땅을 보다 깊게 파헤치고 올라가면 더욱 짜릿한 스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나요.

수많은 등산인파가 쏟아내는 쓰레기로 인해 이미 전국 산들은 신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프로드 차량까지 가세해 또다른 형태로 국토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우리들의 산을 말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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