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의 프레스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9월 모 은행에서 운영자금 10억원을 엔화로 대출했다. 원·엔 환율이 안정돼 있는데다 엔화 대출금리가 원화보다 무려 4% 포인트 이상 낮았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대출 당시 원·엔 환율은 1,000원. 하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1,050원대로 치솟으면서 A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자비용으로 연 5%에 가까운 금리를 더 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자금압박에 직면한 것이다.
엔화 대출을 했던 중소 기업들은 원·엔 환율 급등으로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대출창구마다 엔화 강세에 따른 대책과 환율 전망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년 5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잔액(달러 환산)은 싼 이자 덕분에 꾸준히 늘기 시작해 6월말 현재 무려 86억7,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도 엔화 대출 중소기업에 대한 비상관리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엔화 대출 기업들에게 수수료 0.5%를 받지 않고 원화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고, 기업은행은 만기 엔화 대출을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상환 유예해주기로 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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