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공판에 현대상선의 회계 및 재정담당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권 전 고문에게 200억원을 전달한 과정을 상세히 진술, 눈길을 끌었다. 현대상선 회계담당 임원인 최모씨는 2000년 3월초 당시 "김충식 사장 지시"라는 박모 상무의 말에 따라 용선료와 화물선적비 등으로 200억원이 지출된 것처럼 허위 전산전표를 작성한 뒤 재정부에 넘겼다. 같은 달 7일 이를 넘겨 받은 재정담당 임원 유모씨는 김모 상무의 지시로 허위전산전표를 전결로 결재한 뒤, 거래처에 송금한 것으로 꾸미고 현대상선 외환계좌에서 별단계좌로 1,800만 달러를 이체했다. 유씨는 그 돈을 당일과 다음 날인 8일 등 총 4일에 걸쳐 각 40억∼50억원씩 자기 앞 수표로 교환한 뒤 직원들을 데리고 서울 및 수도권 일대 10여 개 은행을 돌며 3월말까지 전액 현금화했다. 현금을 현대상선 본사 지하창고로 옮기고 현대 업무용 상자가 아닌 외부에서 구입해온 상자에 2억원∼3억원씩 나누어 담았다.김충식 전 사장은 마련된 돈을 자신의 다이너스티 차량에 싣고 직접 운전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뒷길로 가서 고 정몽헌 회장의 고교 동창이자 계열사 사장인 전모씨의 리무진 승용차에 5차례에 걸쳐 넘겨줬다. 돈을 전달 받은 전씨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돈을 전해 줄 차량번호와 장소를 다시 지정받았다. 전씨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줬다"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 돈이 결국 김영완씨에게 전해졌다고 보고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