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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스크랩북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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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스크랩북의 운명

입력
200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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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거의 유일한 정보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기사 스크랩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집안마다 한 명씩은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신문이 오면 가위로 자르고 더 꼼꼼한 사람은 그 위에 날짜까지 오려 붙이곤 했다.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기명 칼럼이나 정보성 기사들이 주 대상이었다. 신문마다 창립기념일이 되면 그 동안 자신들의 신문을 열심히 스크랩해온 사람을 취재해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자랑스럽게 스크랩북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요즘은 그런 풍습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어딘가에서 묵묵히 계속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검색기술의 다양화로 기사 스크랩의 효용은 거의 사라졌다. '지적 생활의 방법'을 쓴 와타나베 쇼이치는 적극적으로 스크랩 무용론을 주장한다. "필요한 정보라면 나중에 책으로 만들어져 나올 것이고 책으로 묶이지 않을 정보라면 굳이 스크랩할 필요가 없다." 정말 좀 읽을 만하다 싶은 신문 연재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이래저래 출판에 밀리고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치여 종이 신문의 앞날은 밝지 않아 보인다. 신문은 과연 집집마다 수북하던 낡은 스크랩북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인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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