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는 읽기와 보기 사이에 있다." 서울 창천동 쌈지스페이스에서 지난 주말 열린 '읽기의 방식전'에서 젊은 시인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쓰여진' 시가 독자들에게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날 공연은 컴퓨터, 영상, 음악 등 외부의 다양한 자극을 어떻게 시에 녹일 수 있는가를 실험한 자리였다. 차창룡(37)씨가 조명이 꺼져 컴컴해진 무대 위에 올라 "어둔 구멍이 총구로 보여요"로 시작되는 시 '무서워요'를 낭송했다. 오로지 귀로만 들리는 '읽기의 방식'에 대한 실험이다.
연왕모(34)씨는 개의 밥그릇에 얼굴을 묻고 나눠먹고, 점자가 비친 흰 스크린 위를 더듬는 등 시 낭송과 함께 연기(演技)를 했다(사진). 시가 그로테스크하게 '연출되는' 광경에 객석을 메운 관객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정학(32)씨는 종이를 넘기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잘못된 건가요? 어디서 온 전화죠? 정답이 있는 건가요? 이해할 수 있어요?""소통 없는 읽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었다. 시집을 죽죽 찢어서 관객에게 나눠준 성기완(36)씨의 실험은 시를 '주는' 것, 시를 노래로 옮긴 강정(32)씨는 시를 '부르는' 것으로 바꾸었다.
공연을 기획한 함성호(40)씨는 "오늘날 시는 깊이 내면화하는 대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로 바뀌었다"며 "젊은 시인들이 시의 기존 수용 형식 대신 새로운 '읽기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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