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는 1등 제품만이 통한다."경기 둔화가 장기화하고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거나 수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주가를 결정하는 구도가 정착되고있다. 얼마나 많은 '1등 제품, 1등 브랜드'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달라지고 주가도 차별화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최근 들어 시장점유율이 높고 가격 결정의 칼자루를 쥔 '독과점형'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1등 제품, 주가 3배
소비재 및 산업재 생산 업체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기업 20개사의 올 평균 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64.4% 올라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9.2%)을 3배 이상 웃돌았다.
국내 타이어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올들어 주가가 217.9%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14일 증시에서도 한국타이어는 5.08% 오른 7,450원으로 마감, 또다시 52주(1년)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가격 결정력이 강하고 시장점유율도 높아 내수 부진에도 버틸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간 컨테이너운송 시장 점유율 27.7%로 해상운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올들어 152.9%나 올랐고, 라면 1위인 농심과 참치캔 1위인 동원F& B도 각각 103.5%와 82.1% 상승했다.
1위 브랜드=안정적 수익
한국능률협회 컨설팅의 2003년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 자료에 따르면 내수 둔화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트렌드가 1위 브랜드 위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환경 변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 구매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게 되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경험 브랜드'를 다시 사게 된다. 소비자들은 익숙하게 써오던 제품을 계속 쓰게 되고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정영훈 팀장은 "이들 기업들은 성장주처럼 경기 변화에 따라 드라마틱한 이익 모멘텀은 없지만 불황에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내주는 가치주"라며 "올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물론 한국 시장내 1등 기업으로까지 매수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결정력이 생존 좌우
이들 1등 제품 기업의 파워는 가격 결정력에서 나온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배경으로 가격을 오히려 올림으로써 매출 둔화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은 올해 초 증시전망 및 투자전략에서 "경기 둔화에 따른 취약한 수요 기반은 1등 기업과 하위 기업에 판이한 경쟁 환경을 가져오고 생존에 위협을 느낀 하위 기업간 경쟁은 결국 가격 결정력을 가진 1등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시장지배력이 크거나 진입장벽이 높아 배타적 사업영역을 구축한 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이 추천했던 삼성전자 POSCO 농심 태평양 등은 올들어 모두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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