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金潤洙·67)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4일 취임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오랫동안 재야에 있던 그는 취임 후 파악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조목조목 밝히면서 "점증하는 국민의 문화적 수요와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미술관의 대대적 개편 내지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김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전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반인이 찾아가기에는 너무 멉니다. 서울에서 1∼2시간이 걸리고 토·일요일에는 인접한 서울랜드나 경마장으로 몰리는 인파 때문에 더욱 접근이 힘들지요. 빛 좋은 개살구지, 이런 미술관을 누가 찾겠어요. 문화 민주주의, 예술 대중화, 삶의 질 향상, 공공미술을 강조하지만 그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불과합니다."
1986년 과천에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은 꾸준히 이전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현실적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경복궁 옆 사간동 기무사 부지가 이전 후보지로 꼽히지만,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 왔다. 김 관장은 "이 문제를 미술인은 물론 언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론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의 조건에서 많은 관람객이 보아야 할 중요한 전시는 덕수궁 분관에서 열 생각입니다. 기존의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미술과 거리가 먼 대중에게 다가갈 겁니다."
김 관장은 미술관 학예직(큐레이터)이 현재 14명으로 행정직보다 태부족인 데 대해서도 최소 3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화와 조각 등 이른바 '메이저 아트'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된 디자인 등 다른 장르의 전시 기회 확대, 작품 컬렉션의 투명화·체계화 및 자료 수집·조사와 데이터베이스화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70년대부터 국내 리얼리즘, 민중미술 계열의 지도적 이론가로 활동하며 민주화운동으로 이화여대, 영남대에서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다. 소위 문화계의 '코드 인사'로 관장이 된 것 아니냐, 미술계 특정 계열·유파에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 "색깔을 칠해놓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나는 민중미술운동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책무를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술의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각자 동시대 정신을 가지고 창조적 작업을 하느냐가 평가의 기준이지요."
/하종오기자 joha@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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