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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亞·太 대학협의회 회장 취임 조정원 경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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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亞·太 대학협의회 회장 취임 조정원 경희대 총장

입력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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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이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고들 한다. 대학정원에 비해 진학예정자가 적은 수급불균형시대에 접어든데다 사회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학문 커리큘럼과 대학 시스템이 잔존하고 있는데도 교육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 모두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미국과 서유럽 대학의 진출이 급증할 뿐 아니라 이들 대학으로만 유학이 집중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995년 아시아와 태평양지역 대학대표들이 모여 이 지역 공통의 대학교육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위해 설립된 아시아·태평양대학협의회(AUAP) 제5차총회가 8일부터 11일까지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차기 2년동안 AUAP를 이끌 제5대 회장에 선출된 조정원 경희대 총장을 10일 만나 위기에 처한 대학의 실상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대담=윤승용 사회1부장 syyoon@hk.co.kr

―10일 임기 2년의 AUAP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AUAP가 다소 생소한 단체인데요?

"1994년 동남아대학 총장협의회와 호주대학총장협의회 소속 6명의 대학 관계자가 모여 이듬해 창립했습니다. 제1기 회장이 태국에서 나온 뒤로 호주, 필리핀, 중국 등의 국가에서 회장직을 수행해왔고 이번에 제가 취임하게 됐습니다. AUAP는 대학총장들간의 만남이 아니라 아·태 지역 대학간 교류를 통해 교수 학생들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의미로 설립됐습니다."

―이번 회의 주제가 '정보통신 기술혁명 시대의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향한 대학의 역할' 이던데요.

"한국은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강국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최신 휴대폰 보급이 높고, 초고속 통신망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아·태지역 국가간 시차는 1∼2시간밖에 안 돼,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이 언제나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외국에 가지 않고도 원격교육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듣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AUAP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무엇인가요?

"AUAP가 설립된 지 얼마 안돼 지금까지는 기구가 탄탄하게 다지고 신뢰를 구축하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이제는 특정주제를 정하고 학생과 교수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동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학생들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사회봉사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그 나라의 언어,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 문화도 자연스럽게 전파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참가국과 참가대학은 어느 정도 되는지요?

"아·태 지역 17개국가 64개 대학에서 200여명이 오셨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하지만 동남아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관계로 참가국이 예상보다 줄었습니다."

―대학 개방의 파고가 거세고 입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첫째로 화상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면 외국을 가지 않고도 원어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우리나라 대학이 외국대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교육과정을 좀더 많이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대학은 국내에 분교를 설립하려면 초기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최소 자국 수준 이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조건이면 학생들은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지 국내에서 학교를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경희대는 국내에서 가장 세계화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희대는 1960년대 초 미국 마이애미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시초로 전세계 200여개 대학과 교류를 맺고 있습니다. 매년 학점 교환 과정을 통해 90여명의 학생이 해외로 갑니다. 그리고 보통 한 학기에 18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9학점 정도만 해외에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온라인 교육을 통해 보충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침체현상과 맞물려 경희대 한의대에 최고 인재가 쏠리고 있는 현상에 우려가 많습니다.

"미국의 대다수 대학들도 이제 동양의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고 커리큘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만 관심을 갖는 학문이 아닙니다. 미국의 유명대학에 우리 의학을 훌륭히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100을 투자해 200을 얻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미 존스 홉킨스대와 한의학 공동 연구를 하기로 합의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와는 침구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대학의 발전속도가 눈부시던데요.

"얼마전 북경인민대학의 100주년 행사에 참가했는데 중국의 장쩌민 주석 등 중국을 움직이는 리더들이 모두 참가해 축하해 주었습니다. 중국의 고등교육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중국대학이 우리보다 시장경제 논리를 더 철저히 적용시킨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은 연봉 1억이 넘는 교수도 많습니다. 업적평가나 연구능력 등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 대학들이 성장하는 속도는 대단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여금 입학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기여금 입학제는 제대로 운영만 되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도 제도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일본 의과대학의 경우 신입생 선발시 60% 정도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발하지만 40% 정도는 실력과 함께 재정적인 기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투명성만 담보되면 기부금 제도는 대학 재정 개선에 크게 기여하리라 봅니다. 한국의 경우 지방과 수도권 대학 사이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 우려됩니다. 국민들 정서가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지요. 이는 차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세 총장이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학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도 밖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제 아들도 군대를 특전사에 보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의 과잉보호는 문제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돈 버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국 대학생처럼 한가하지가 않습니다. 우리 부모들도 이제는 자식들이 혼자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정리=강철원기자 strong@hk.co.kr

● 조정원 총장은…

경희대 조정원(56) 총장은 서울고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74년 미국 디킨슨(Fairleigh Dickinson)대로 유학,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벨기에 가톨릭 루벤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만 문화대 등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조 총장은 79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모교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경희대 아태지역연구소 소장, 서울캠퍼스 부총장 등을 거쳐 96년 경희대 10대 총장에 취임한 데 이어 2000년 11대 총장에 재선임됐다. 현재 한국사립대학교 총장협의회 부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조 총장은 탁월한 경영마인드로 국내 대표적인 CEO형 총장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캠퍼스 내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하루 평균 2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날 정도로 대외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 학교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총장은 대학의 국제화와 정보화 그리고 경쟁 시스템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전세계 200여개 대학과 국제교류를 실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유수의 대학과 경희대의 간판인 한의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한의학을 서양 의학과 접목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단과대에 재정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 주는 등 대학 경영의 자율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조 총장은 평소 대학의 아카데미즘보다는 사회와 연관돼 실용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어 연수 연구소 설립, 원격화상 프로그램 등 학내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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