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감독 내정→LG 코치 1년후 감독설→삼성 투수코치 입단.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구단 사무실에서 투수코치 입단식을 가진 선동열(40)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지난 4일 일본에서 귀국 이후 열흘 남짓동안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 전위원은 "두산 감독을 생각했지만 결별선언으로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홀가분하다"는 말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대변했다.
이승엽(삼성)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후 내년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흥행카드는 '국보급 투수'라는 선 전위원이 어느 팀의 감독을 맡느냐 여부였다. 맨 처음 입질을 한 팀은 두산. 실질적인 두산의 구단주인 박용오 KBO총재의 특명을 받은 KBO 고위관계자와 경창호 두산사장의 설득으로 선 전위원이 두산행을 결심한 것은 올스타전 직전인 7월초였다. "내년 시즌부터 지도자로 국내무대에 복귀하고 싶다"는 선 전위원의 뜻과 맞물려 두산행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7일 두산과의 2차 접촉에서 코칭스태프 인선문제로 이견을 보이며 선 전위원의 두산행은 돌발사태가 생겼다.
두산이 선 전위원이 제시한 12명의 코칭스태프 명단 가운데 금전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한대화 전 동국대감독의 수석코치 제의를 현역코치인 모씨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한 감독과 둘도 없는 선후배사이인 선 전위원은 이날 두산과의 접촉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두산감독을 포기했다.
9일 두산의 영입포기선언 직후 선 전위원은 2년전부터 줄기차게 '구애'를 받아온 LG와 접촉 '1년 코치후 감독취임'이라는 제의를 받았다. 유성민 LG단장에게 OK사인을 내고 사실상 LG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선 전위원은 그러나 11일 해태시절 은사인 김응용 삼성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다시 진로를 수정했다.
2001년 이만수씨(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함께 코치제의를 받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선 전위원에게 김 감독과 신필렬 삼성사장이 내놓은 카드는 김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2년 뒤 감독을 보장하겠다는 것.
고려대 선배인 이광환 LG감독의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차기감독을 보장받고 투수코치로 뛴다는 것이 못내 꺼림칙 했던 선 전위원은 이 같은 제의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선배를 밀어내고 감독을 보장받기 보다는 스승 밑에서 코치수업을 쌓은 후 지휘봉을 잡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이었다. 선 전위원은 11일 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을 만나 최종결심을 굳히고 우여곡절끝에 삼성을 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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